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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日 미즈기와 대책[횡설수설/배극인]

입력 2022-01-22 03:00업데이트 2022-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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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일본 명문 사립대에 입학한 A 씨는 2학년을 마쳤지만 학교 문턱도 못 밟아 봤다. 일본이 코로나 팬데믹 발생 후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활의 낭만은 언감생심, 온라인 강의 개설 과목도 들을 만한 게 점점 줄고 있다. “이러다간 일본 땅도 못 밟아본 일본 유학생이 될 판”이라고 A 씨는 하소연한다. 외국인 신규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주요 7개국(G7) 중 일본뿐이다.

▷일본은 이를 ‘미즈기와(水際) 대책’이라고 한다. 적군이 육지에 오르기 전 바다에서 해치운다는 의미의 방역 대책으로 섬나라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바다 건너 외국인 입국을 원천 금지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본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2년 전 코로나 발생 초창기에 3700여 명을 태우고 출발지로 돌아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통째로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한 것도 미즈기와 대책의 일환이었다.

▷미즈기와 대책은 자주 약자와 타인을 배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당시 자국민이 3분의 1이나 탔는데도 크루즈선 승선자 전체를 못 내리게 해 선내 감염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크루즈선 확진자는 일본 내 감염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얄팍한 계산이었다. 일본 국민의 기본 인식도 “자기 의사로 배에 올랐으니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해외에서 피랍됐다가 살해된 일본인 유족들이 울기는커녕 TV 카메라 앞에서 “폐를 끼쳤다”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게 일본 사회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미즈기와 대책은 ‘국민을 버리는’ 기민(棄民)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패전 직후 일본은 해외 공관에 현지에 남은 자국민을 가급적 잔류시키라는 훈령을 보냈다. 660만 명의 해외 거주 일본인이 한꺼번에 귀국하면 물자 부족 등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중국에 남겨진 자국민에 대해서도 전후 일부만 귀국시킨 채 1959년 ‘전시사망 선고’를 내려 호적을 말소했다. 일본의 이런 기질은 ‘시마구니 곤조(島國根性)’, 즉 섬나라 근성으로도 그려진다. 내부로 똘똘 뭉치되 배타성이 강하고 시야가 좁다는 의미다.

▷일본 입국을 기다리던 유학생 등 외국인들이 참다못해 들고 일어났다. 각국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시작했고 트위터에는 입국 대기 기간을 적은 플래카드를 든 사진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부스터샷까지 맞았다는 이들은 일본 내 지역 감염이 활발한데 외국인만 입국을 금지하는 정책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 또 다른 버전의 일본 기민 정책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극인 논설위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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