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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총체적 난국 공수처 1년, 확 안 바꿀 거면 차라리 문 닫아야

입력 2022-01-22 00:00업데이트 2022-01-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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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어제 직원들만 모여서 비공개로 출범 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법무부 장관과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개최했던 1년 전과 대비된다. ‘고발 사주’ 의혹 부실 수사, 통신조회 남용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공수처의 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기념사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1년 성적은 ‘0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인정했듯 공수처의 수사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지금까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거나 체포, 구속한 사례가 1건도 없을 정도로 수사 성과는 전무하다. 고발 사주 수사에서 섣부르게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된 뒤 수사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수사 과정도 엉망이었다. 공수처가 김웅 의원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가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판정을 받아 망신을 당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무더기로 통신조회했다가 ‘통신 사찰’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청와대 대변인도 “이러려고 우리가 이렇게 (공수처를 만들려고) 했던가”라고 탄식하는 지경이 됐다.

검찰을 제대로 견제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고검장을 조사하면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과 관련해선 이규원 검사를 9개월간 조사하다가 검찰로 이첩해 결국 검찰이 기소했다. 공수처 스스로 검사에 대한 기소권을 포기한 것이다.

공수처가 신생 조직이라고 해서 용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거나 진짜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다. 김 처장은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하지만 경험도, 강단도 부족한 처장과 차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공수처를 개혁할 수 있겠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근본적으로 탈바꿈하지 못한다면 공수처를 폐지하라는 여론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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