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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국제

“너무 싼 엔화, 원화보다 약해…빅맥지수 스리랑카 수준” 日매체

입력 2022-01-21 16:10업데이트 2022-01-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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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일본 엔화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2019.8.26/뉴스1 © News1
“빅맥지수로 따지면 엔화는 거의 스리랑카 (루피) 수준이다”

일본 경제지 다이아몬드온라인은 21일자 특집기사에서 일본 엔화의 실질 구매력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빅맥지수란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가 반년마다 산출하는 지표로, 각국의 맥도날드 햄버거 대표 메뉴인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평가한다. 한 나라의 빅맥지수가 미국의 빅맥지수보다 높으면 그 나라 통화는 달러보다 고평가된 것이고, 반면 미국보다 낮은 경우 저평가됐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일본의 빅맥지수는 마이너스(-) 37.2%였다. 이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캐나다(-6.0%) 유로존(-11.1%) 영국(-15.9%)보다도 낮을 뿐더러 한국(-29.2%)보다도 낮다. 그리고 무려 파키스탄(-36.3%)을 밑돌고,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37.9%)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다이아몬드는 이것이 빅맥 지수로 측정한 ‘엔의 힘’의 실태라며 이는 비단 빅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종합적인 통화의 힘을 나타내는 지표를 봐도 엔화의 약세는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와 일본은행 추계치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기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68.07을 기록했다. 이는 무려 1972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주요 교역국 60여개보다 통화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최고치였던 1995년에는 150에 달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초저금리 정책, 양적 완화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 아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후 대대적으로 펼친 금융 완화책이 엔저를 가속화했다고 다이아몬드는 지적했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103엔이었으나 114~115엔수준으로 1년여 만에 10엔 이상 올랐다. 작년 가을부터 눈에 띄게 물가가 상승한 배경에는 이런 엔의 약세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자원값의 급등으로 원유와 곡물이 가격이 비싸진 가운데, 엔화 약세로 구매력이 약해진 결과 수입품 가격 상승이 가속화된 것이다.

작년 11월과 12월 일본의 수입 물가 상승률은 각각 전년동월 대비 45.2%, 41.9% 늘었다. 이렇게 수입 물가가 폭등한 것이 기업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과 12월 각각 9.2%, 8.5%를 기록했는데, 2021년 전체의 기업물가 상승률은 4.8%로 2차 석유파동 당시인 1980년(15%) 이후 가장 높았다.

엔화 약세는 수출 위주의 일본 제조업에 플러스 요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벌써 해외 생산이 정착돼 있어 엔저가 그리 메리트가 아니라고 다이아몬드는 주장했다. 엔저가 주는 이점은 해마다 적어지는 한편 수입 가격 상승이라는 약점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도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의 연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의 영란은행, 유럽의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엔화의 가치는 독보적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엔화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일본의 기업과 가계 모두 곤궁해지는 코스트푸시 인플레이션(비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찾아온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나 곡물의 국제 가격이 보합세를 보여도 엔화 기준의 수입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전년동월 대비 0.5% 낮았던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난해 4월 있었던 휴대전화 요금 인하라는 특수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향으로 1.5%가량 물가 상승률이 떨어졌으며, 실제 수치는 2% 전후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일본의 인력부족 때문에 물가 상승분을 인건비로 흡수하기도 어려워졌고, 고로 고유가와 엔화 약세 등으로 수입 물가와 기업 물가 상승이 계속되며 소비자 물가까지 올라갈 것으로 고노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일본 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 상승 시나리오가 있다. 소비가 늘고 수급이 빡빡해져 가격이 오르고, 매출이 증가한 기업들은 임금을 올리고, 그렇게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고노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석유 쇼크 때처럼 수입품을 중심으로 원재료비부터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나쁜 물가상승’”이라며 “수익을 압박받는 기업이 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여유가 없고, 소비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도 기업도 곤궁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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