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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北 핵·ICBM 재개 시사… 껍데기만 남은 文 평화 프로세스

입력 2022-01-21 00:00업데이트 2022-01-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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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어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를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매체는 “당 정치국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할 것을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라는 북-미 간 레드라인을 깰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딱 맞춘 북한의 행보는 당장은 오늘 새벽으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논의를 겨냥한 듯 보인다. 북한이 새해 들어 극초음속미사일 연쇄 발사와 같은 도발을 이어가자 미국은 독자적 대북제재와 함께 유엔 차원의 제재까지 추진해 왔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의 대응에 따라 2017년 북-미 간 극한대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협박이 아닐 수 없다.

핵실험과 ICBM 시험 중단은 한반도 정세를 대결이 아닌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지금의 어정쩡한 장기 교착 국면을 지탱해온 핵심 고리였다. 북한이 이를 깨버린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5년 전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북-미가 “불바다” “화염과 분노”와 같은 험악한 말폭탄을 날리던 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북한이 그런 모험주의적 도발을 당장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서서히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제재완화 등 양보를 이끌어낼 심산일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발 대응도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틈탄 김정은의 도발적 행보는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북-중 교역을 재개하며 북한을 관리해온 중국도 내달 4일 베이징(北京)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분탕질을 치는 북한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분명한 건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공을 들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은 물거품이 될 운명에 처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여전히 임기 내 종전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젠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때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것 외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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