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태생의 모딜리아니가 파리에 온 건 1906년이었다. 하루에 100점을 스케치할 정도로 다작했지만 1917년까지 작품을 거의 팔아 본 적이 없어 늘 가난했다. 보헤미안의 삶을 추구했던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든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앓았던 결핵을 숨기기 위한 방편이었던 듯하다. 건강 악화로 육체적 고통이 심해질수록 술과 약물에 점점 더 의지했다. 그런데도 잘생긴 외모 덕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모딜리아니가 참사랑을 만나 안착한 건 1917년 봄이었다. 33세의 화가는 19세의 미술학도였던 에뷔테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보수적인 부르주아였던 에뷔테른의 부모는 결혼을 반대했지만 딸은 사랑을 선택했다. 1918년 봄 두 사람은 따뜻한 니스로 향했다. 작품은 여전히 팔리지 않았지만 그해 11월 첫딸을 얻었다. 니스에서 그린 이 초상화 속 아내는 아랫배가 살짝 나온 걸로 보아 임신 초기로 보인다. 사랑을 택했으나 가난한 현실은 너무 가혹했을 터. 임신부 아내의 피로함과 무능한 가장의 우울함이 그대로 반영돼 보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