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때 잘 웃고 입심 좋았던 건, 축구 못해 말이라도 잘하려고…
선수들 융합시키는게 내가 할 일… 실수때 엄지 치켜주면 기 살아나”
팀 연패 때 코치-장비담당 모두에 베스트11 적어보라고 부탁했더니
무릎을 칠 만한 아이디어도 나와… “선수 사오는 것보다 직접 키워야”
“밝은 모습을 찾으려고 해요. 테니스를 배워 잡생각을 잊으려고 라켓도 장만했어요.”
프로축구 전북의 사상 최초 리그 5연패를 이룬 김상식 감독(46)은 새해 들어 지난 시즌 어려움을 겪을 때 쌓인 마음의 짐부터 시원하게 털어냈다. 현역 시절 유쾌한 성격과 수려한 말솜씨 때문에 붙은 ‘식사마’라는 별명대로 활기를 찾겠다고 했다. “그때는 축구를 잘 못해서 말이라도…”라면서 웃은 김 감독은 “불편한 자책감은 버리겠다”며 감독 2년 차 구상을 밝혔다.
○ 오픈 마인드로 ‘승리 DNA’ 더 살린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은 전북만의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를 재차 확인했다. 김 감독은 “파이널 스플릿 라운드에서 대구, 제주 등 스리백 수비를 쓰는 강팀들에 쓸 전술을 고민했었다. 전력 분석 파트에서 첼시(잉글랜드)와 릴(프랑스)이 쓰는 4-3-2-1, 4-3-3을 연구해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고 의견을 내더라. 실제 잘 통했다. 도전을 받는 입장에서 팀 자원을 더 잘 활용하자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승리 DNA’도 의욕을 자극한다. 김 감독은 “연패 중일 때 코치들부터 장비 담당까지 원하는 ‘베스트 11’을 적어내라고도 해봤다. 참고만 할까 했는데 무릎을 칠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라며 집중의 힘을 놀라워했다.
대기 선수도 국가대표급이라 선수 로테이션을 하면서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김 감독은 모든 선수에게 맞춤 소통으로 더 다가가기로 했다. 김 감독은 “이승기는 실수할 때 ‘엄지 척’만 해주면 기가 산다. 최철순에겐 ‘너의 능력만 보여줘라’는 말만 한다. 선수들을 ‘긍정 에너지’로 더 뭉치게 하는 게 내 몫”이라고 했다.
○ 백승호에 수비 잘했던 ‘김상식’과 ‘손준호’ 탑재
지난 시즌 김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꿔 대박을 친 백승호에게는 친절하고도 알찬 ‘1타 강사’가 된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수비형으로 쓰려고 파울 타이밍, 헤딩 경합, 중앙 수비 커버 등을 많이 가르쳤다”는 김 감독은 “공격은 잘하지만 수비는 아직 나보다 못한다(웃음).공격이 강한 전북은 역습을 자주 당하는데 끊는 역할도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백승호를 손준호(산둥 루넝)에 대입한다. 김 감독이 코치일 때 조련한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는 2020년 전북의 4연패를 이끌고 MVP로 선정된 뒤 지난해 중국 무대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울산에 먼저 2무 2패를 당할 때 손준호가 빠진 허리의 공백이 컸다. 이제는 백승호가 발전했고, 맹성웅이 영입됐고, 류재문도 있다. 다음 시즌 울산 공격을 방해하고, 뚫리면 커버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 10년 책임질 수비수 발굴, 시즌 득점 ‘76골+α’ 목표
김 감독의 목표는 6연패와 함께 전북의 10년을 책임질 유망주 발굴에 맞춰져 있다. 지난 시즌 서울을 이끈 박진섭 감독에게 B팀 지휘봉을 맡긴 것도 연장선상이다. “사오는 건 한계가 있죠. 전북을 넘어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키워야 하는데 유럽에 보낼 만한 수비수 발굴이 먼저예요. 김민재(페네르바흐체)처럼.”
더불어 구스타보와 일류첸코를 상대 높이에 따라 맞춤 가동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진에 문선민-한교원-송민규의 측면 공격 라인을 내세워 ‘닥공(닥치고 공격)’, ‘화공(화려한 공격)’을 넘는 공격 축구의 ‘화룡점정’을 찍겠다고 했다. “경기당 2골 이상씩 38라운드에서 76골+α를 넣겠습니다.” 함께 산전수전을 겪은 전북 레전드 공격수로 ‘깐부’라 생각하는 이동국이 멀리서 파상 공격에 힘을 줄 것이라 믿는다.
“자리 하나 줘야 되는데…. 최근에 P급(최상위 지도자 자격) 자격증이나 따 놓으라고 했어요. 경기장 밖에서 또 공격수가 돼주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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