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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107세 할머니의 일상 바꾼 코로나…“유일한 낙이었던 담소도 못나눠”

입력 2022-01-19 20:01업데이트 2022-01-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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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자택에서 국내 최고령 백신 접종자인 최오경 할머니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2년이 됐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모든 국민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그 짐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서 지는 게 아니었다. 특히 고령층, 기저질환자, 장애인 등에겐 지난 2년이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최오경 할머니(107)도 누구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난 2년을 보냈다. 초고령자인데다가 혈압약과 당뇨약을 먹는 최 할머니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18일 최 할머니가 겪은 코로나19 2년을 들어 봤다.

● 코로나19가 바꾼 107세 할머니의 일상
코로나19는 107세 할머니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5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 지낸 최 할머니에게 유일한 낙은 매주 성당에 가서 동네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할머니의 유일한 즐거움을 앗아갔다. 감염병 유행이 커질수록 종교시설 방역수칙이 강화됐고, 모일 수 있는 인원은 점점 줄었다. 가끔 놀러 오던 92세 옆집 할머니도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문 횟수를 크게 줄였다.

최 할머니는 일주일에 5번 할머니의 집을 찾아오는 요양보호사의 미소도 볼 수 없게 됐다.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감염 상황을 막기 위해 요양보호사가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지내기 때문이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와 대화할 때 입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잠깐 마스크를 내리는 일 외엔 꼭 마스크를 착용한다. 최 할머니도 방문 옆에 집 열쇠와 나란히 마스크를 걸어놓는다. 혹시라도 외출을 할 때 마스크 쓰는 걸 깜빡 잊는 게 할머니는 두렵다.

107세 할머니는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점검한다.

“제가 매일 오전 11시 반에 서울시에서 보내 주는 재난안전문자를 어르신께 읽어드려요. ‘오늘은 900명 나왔네요’ 이런 식으로요. 그럼 어르신이 ‘아유, 이 못된 병이 빨리 사라져야지. 얼른 없어져야지’ 하신답니다.” (최 할머니 요양보호사)

● “나 아닌 남을 위해 맞는 백신”
1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자택에서 국내 최고령 백신 접종자인 최오경 할머니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 할머니는 지난해 4월 1일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한 첫날 바로 백신을 맞았다. 같은 달 22일 2차 접종을 했고, 지난해 12월 6일 3차 접종까지 마쳤다.

1차 접종을 한 뒤 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살 만큼 살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 사람들 위해 맞아야지. 안 아파. 옛날에 우리 가족 다 염병(전염병) 앓을 때도 난 괜찮았어. 오늘도 괜찮을 거야. 옆집 할머니에게도 맞으라고 해야지.”

2차 접종 이후 최 할머니의 주민등록증 뒷면엔 동네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접종완료 스티커’가 붙었다. 평소 외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 식당 등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시설을 이용해야 할 때면 QR코드 대신 이 스티커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 백신 4차 접종이 본격화된다면 최 할머니는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백혈병 환자나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 등 면역저하자에게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을 4차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면역저하자 다음 고려 대상자가 최 할머니와 같은 초고령자와 기저질환자다.

최 할머니는 1차 접종 때와 마찬가지로 4차 접종도 ‘남을 위해’ 맞겠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최 할머니는 1~3차 접종 이후 근육통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 반응을 겪지 않았다.

“난 3번 맞으면 다 맞는 건 줄 알았는데. 4번째는 (백신을) 놔달라고 해야 놔 주는 건가?” (최 할머니)

“지난번처럼 연락이 올 거예요. 어르신.” (최 할머니 요양보호사)

“그럼 맞아야지.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도 생각해야지.” (최 할머니)

고령임에도 용기를 내 백신 접종에 나서고 각별히 조심하며 2년을 보내온 만큼 최 할머니는 누구보다 더 ‘일상 회복’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대응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내가 그 못된 병(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서 참 감사해. 그래도 이 못된 병이 얼른 없어져야 될 텐데. 빨리 없어져야 추운데 고생하는 의사 같은 사람들도 편하지.”(최 할머니)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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