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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남는 시간’을 채우는 나와의 약속[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22-01-19 03:00업데이트 2022-01-1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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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저녁시간 비어?”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할 때 자기 일정표를 보면서 “응, 시간 비어”라고 말한다. 익숙한 대화인가? 내게도 그랬다. 의문이 들었다. ‘빈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일까? 그런 시간이 존재하기는 할까? 비슷하게 ‘남는 시간’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다들 바쁜 세상에서 시간이 남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빈’ 혹은 ‘남는’ 시간은 보통 ‘타인과 약속이 없거나 딱히 계획해 놓은 할 일이 없는 시간’을 뜻한다. 문제는 이런 시간을 남이 요청했을 때 우리는 순순히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혼자 할 것도 없는데 나가보지…” 하면서. 하지만 바빠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즐길 시간이 없다는 불만도 자주 듣게 된다. ‘남는 시간’과 ‘바빠서 무엇을 할 수 없음’ 사이에 있는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에게는 하고 싶거나 해야 할 것처럼 생각만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 오랜 기간이 있었다. 운동과 식단 조절은 ‘해야 할 것’에 속했고 그림 그리기, 악기 배우기, 소설 읽기 등은 ‘하고 싶은 것’에 속했다.

맞다. 생각만 했고, 시도하더라도 지속하지 않았다. 이런 기간에도 내게 비거나 남는 시간은 여기저기에 있었고, 누군가가 그런 시간에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따라가곤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날려’ 보냈다.

수년 전부터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었다. 남들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캘린더에 꼼꼼히 표시하는 것처럼 나와의 약속 시간을 매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첫 시작은 일주일에 세 시간, 하루 저녁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몰랐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기도 했고, 음악을 듣거나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딱히 ‘할 일’이 없어도, 그때 누군가가 “시간 비어?”라는 질문을 하면 “응, 약속 있어”라고 답변한 것이다. 나와의 약속도 남과 약속만큼이나 중요한 약속이니까. 이처럼 주간 일정 중에 특정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경계(boundary)를 분명히 하는 작업을 해 나갔다.

이런 시도를 작년 한 해 동안에는 하루 안에서 시간 경계를 잡는 작업으로 확장해 보았다. 우선 생각만 하면서 실행하지는 않았던 운동과 식단 조절이다. 유료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무료가 아닌 유료였던 것은 심리적으로 내가 조금이라도 아깝게 여기는 무엇인가를 ‘투자’할 때 그것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분간 스트레칭을 한 후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그날 몸과 마음 상태에 대해 짧은 글을 서로 나누는 것이었다. 작년 1월에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이 커뮤니티 활동은 내가 작년에 한 것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10분간 스트레칭뿐 아니라 약간의 근육 운동도 포함하는 것으로 늘어났고, 몸 상태는 물론이고 하루의 시작이 기분 좋게 달라졌다. 식단 조절은 역시 유료 앱에 그날 먹은 것을 올리면 일대일로 상담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재까지 70주 넘게 진행해 오면서 중간에 진전이 없던 기간이 있었으나 지금은 결국 시작할 때 체중 대비 10%를 감량할 수 있었다. 체지방은 줄이고 골격근량은 늘리는 것이 내게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6개월 전부터는 매일 아주 적은 분량이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읽는 것을 유료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해보고 있다. 매일 빠지지 않고 했는지의 기준으로 놓고 보면 60% 내외이지만 과거에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행동 변화이다. 물론 지금도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지속하고 있다.

“남는 돈 있으면 줄래?”라는 말에 선뜻 돈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남는 시간’에 타인의 요청에 선뜻 자기 시간을 내어 주는 사람들은 그보다 많은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고, 자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방식에 맞다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이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비는’ 시간이 있다면, 그 두 가지 간극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좁혀 보면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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