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런 소리까지? “강아지 발걸음도 때론 천둥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8일 10시 42분


코멘트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설마 이런 것까지 아랫집에 들릴까’ 싶은 작은 소리나 진동이 실제 층간소음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의 컹컹 짓는 소리는 이웃간 소음분쟁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강아지의 발걸음 소리도 가끔은 아랫집의 항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층간소음에 시달린 경험이 있거나 현재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국민 대다수라고 할 정도로 많기 때문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가 2013년 11월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040명의 88%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정식 통계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여 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국민들 가운데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중에는 유달리 예민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아무렇지도 않을 듯한 소리나 진동이 이들에게는 정신병을 일으킬만한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항의를 해오는 아랫집에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화만 낼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과 함께 살게 된 것도 운명이라는 심정으로 현실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초기에 대응을 잘 하지 못하면 필요 이상의 감정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반려견 걷는 소리도 아랫집에 천둥소리로 들릴 수 있어
60대 A씨 부부는 이전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크게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2020년 이사를 하면서는 경기도 판교의 아파트의 꼭대기 층을 분양받아 이사했다.

자녀들은 이미 출가해 가족이라고는 A씨 부부와 작은 반려견 시추 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층간소음 피해를 입어본 경험이 있는 지라 조용하게 지내 설마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A씨 부부가 입주한 후 5개월 후에 아랫집 가족들이 이사를 들어 왔고, 이사 온 지 일주 만에 아랫집의 50대 남자 B씨가 발망치 소음이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러 집으로 찾아왔다.

A씨 부인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른 집에서 발생한 소음을 착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좋게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그래서 B씨에게 자신의 집안을 보여 주며, 뛰어다닐 만한 아이들이 없고, 남편도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거의 자신만 있다며, 소음을 발생할 요인이 없다고 친절히 설명을 했다. 상황을 살펴본 B씨는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좋게 내려갔다.

A씨는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런데 1주일 후 낮에 또 B씨가 발망치 소음이 시끄럽다며 올라왔고, 그 날 집안에 있던 A씨의 남편이 아랫집 남자의 억지스러움에 크게 화를 냈고, B씨도 “안 들리는 걸 들린다고 하겠느냐”고 해서 결국 두 사람은 멱살잡이까지 가는 충돌이 벌어졌다.


그 일 있은 후 B씨는 수시로 발망치 소음이 있다며 초인종을 눌렀고, 집안에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던 A씨는 아랫집 남자의 항의에 심장병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게됐다. 초인종소리만 들려도 겁이나 집안에 있기 보다는 아파도 밖에 나가는 있는 시간이 많은 상태가 됐다.

A씨 부부는 자신들은 소음을 내지 않고, 그렇다고 같이 있는 작은 반려견의 발걸음이 소음을 유발하지 않을 것 같은 데, 무엇이 원인인지 몰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소음원인은 A씨 부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에게 있었다. 80cm안팎의 작은 시추견이어서 결코 큰 소음은 아니었지만 아랫집에 들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을 해본 A씨라 아랫집에 내려가 정중히 사과를 하고 강아지가 자주 다니는 통로에 얇은 매트를 깔고, 민원이 많았던 시간대에는 강아지에게 양말도 신겼다.

B씨도 윗집의 성의 있는 조치에 감정을 풀었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은 말끔히 사라졌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일반인들은 갓난아기나 몸무게가 작은 사람의 발걸음 소리나 위 사례처럼 작은 반려견이 걷는 소음은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선입견입니다.

그런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런 소리도 아랫집에게는 고통스런 소음일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려 이른바 ‘귀트임’ 현상이 생기신 사람들이나 소리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들리지 않거나 지나쳐도 좋은 성싶은 소리나 진동도 매우 거슬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여야 문제가 풀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몸무게가 훨씬 많은 남자의 발망치 소음보다 남자 몸무게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여성의 발망치 소음으로 인해 아랫집의 민원이 심각하게 제기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발망치 소음은 몸무게 보다는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아랫집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어차피 1년 이상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웃이라면 “당신같은 사람이 왜 아파트에 사느냐”고 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여 성의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감정이 누그러지면 갈등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