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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극장 가서 암벽 탈까, 주짓수 경기 볼까

입력 2022-01-17 03:00업데이트 2022-01-1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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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영화관의 무한변신
영화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공간 변주에 나섰다. CGV피카디리1958가 상영관을 개조해 만든 클라이밍짐에서 클라이머들이 실내 암벽 타기를 즐기고 있다. CGV 제공
클라이밍짐, 스포츠경기장, 피맥펍까지…. 팬데믹 시대 영화관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 내에 자리한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 곳곳에서 “아” 하는 탄식과 “나이스”를 외치는 환호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바닥에 앉아 클라이머가 암벽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내는 소리였다. 암벽 높이 및 경사별로 구역은 4개로 나뉘었다. 가장 높은 암벽은 높이가 6m에 가까웠다. 평일임에도 70명 안팎이 암벽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CGV는 7일 이 영화관 지하 4층 359석 규모의 상영관 두 곳을 개조해 만든 클라이밍짐을 개관했다. 층고가 높은 상영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을 찾다가 클라이밍짐으로 바꾼 것. 탁 트인 층고 덕에 개관 일주일 만에 젊은 클라이머의 도심 속 성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6053만 명, 영화관 전체 매출은 5845억 원에 그쳤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관객 2억2668만 명, 매출 1조9140억 원과 비교하면 너무나 저조한 수준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면서 영화관 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영화관들이 앞다퉈 영화 관련 시설을 조금씩 비워내고 레저·휴식 관련 시설을 선보이는 것은 코로나와 OTT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6일 “코로나 시대 이전의 틀에 갇혀 영화관을 영화만 보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위기의식을 갖고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실내 스포츠 경기장으로 개조한 메가박스코엑스의 한 상영관에서는 주짓수 대회가 열렸다. 메가박스 제공
메가박스는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 내 상영관 한 곳을 실내스포츠 경기장으로 개조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몬스터짐 아레나’가 바로 그것. 경기용 무대와 조명, 전광판 등을 갖춘 이곳에서 주짓수, 폴댄스, 팔씨름, 보디빌딩 등 각종 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덕분에 극장을 찾는 스포츠 마니아의 발길도 늘었다.

상영관을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 탈바꿈한 곳도 많다. CGV 왕십리는 같은 건물에 있는 결혼식장과 제휴해 상영관을 결혼식 현장 생중계용으로 빌려준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하객 수가 제한된 것에 착안했다. CGV 여의도 등에선 상영관에서 경제·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사이다경제: 사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시네마 역시 지난해 대형 스크린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팝업 트래블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영화관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메가박스신촌은 로비를 ‘피맥펍’으로 바꿨다. 손효주 기자
매표소가 있는 영화관 로비도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서대문구의 메가박스신촌은 기존 매점 한편을 개조해 ‘피맥펍’을 마련했다. 로비에 캠핑 의자와 테이블을 가져다놓고 관객들이 영화 관람 전후 생맥주와 피자를 즐기며 영화관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다. 롯데시네마도 서울 광진구의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로비에 오픈스튜디오를 열었다. 1인 유튜버 등 영상 제작자에게 촬영 및 생중계를 위한 각종 전문 장비가 설치된 공간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다. 메가박스 측은 “고객이 일단 영화관 건물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영화관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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