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마기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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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진행한 ‘마기꾼(마스크+사기꾼) 대회’에서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발했다. 마스크 착용 사진과 벗은 사진이 다른 ‘반전’에 진행자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고등학생 같았던 동안이 푸근한 아줌마 인상으로 확인되면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 얼굴이 더 예쁘거나 잘생겨 보인다는 의미의 ‘마기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겨난 신조어다.

▷‘마기꾼’의 실체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연구 결과 마스크를 쓴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해 이성(異性)들이 평가한 매력 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보다 높았다. 외모 호감도가 낮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경우 매력 평가 점수가 최대 42% 올랐다는 지난해 미국 성형외과협회 연구도 나와 있다.

▷연구진은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 원리’를 이유로 설명한다. 마스크를 쓰면 시각 정보가 눈에 집중되는데, 그 나머지를 뇌가 메우면서 전체를 더 멋지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인 닉 채터가 분석했듯 ‘훌륭한 이야기꾼’인 뇌가 일종의 자동 완성 기능에 희망적 상상력을 결합해 인간을 속인 셈이다. 바이러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는 의료 전문가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점수는 더 올라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병에 걸린 환자나 범죄자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2월 캐나다 요크대는 마스크 착용 시 사람을 알아보는 인지능력이 15% 떨어지고 상호 교감이나 소통에도 방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바이러스 차단 외에 다른 목적을 마스크에 가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치 구호나 환경 캠페인 문구 등을 적어 넣어 메신저로 활용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옷 색깔과 조화를 맞추거나 화려한 장식을 넣은 마스크로 패션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전문가와 의료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마스크를 써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반기고 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는 마스크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마스크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거나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없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마스크의 존재감은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더라도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위드 마스크’ 시대에 외모와 내면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마기꾼 효과’를 기대한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마기꾼#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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