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인 저자는 인간이 여러 감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리했다. 과학지식과 실험을 근거로 일상생활에 쓸모 있는 지식을 소개한다는 점에 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주위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즐겁게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에 따르면 침실에는 TV나 조명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2019년 미국 국립환경건강연구소가 5년간 35~74세 4만3000명을 연구한 결과, 인공조명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평균 5kg 더 나갔다. 인공조명이 인체의 자연시계를 방해하고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TV나 조명뿐 아니라 스마트폰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식당 주인이라면 식탁보를 깔아보는 걸 추천한다. 2020년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렇지 않은 테이블의 손님보다 토마토 수프를 50% 더 많이 먹었다. 또 수프가 맛있다고 평가한 사람의 수도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에서 먹은 손님들이 10% 더 많았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식욕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저녁식사 중 많이 싸우는 가족이라면 집에 원형식탁을 들여놓는 건 어떨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각진 식탁보다 둥근 식탁에 앉을 때 보다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감각은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기업들은 노인의 ‘감각 결핍’을 채우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시각이나 청각이 둔해지는 걸 가장 고통스러워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다른 이의 살결을 느끼는 촉각이라는 것이다. 포옹할 때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데 착안해 돈을 받고 안아주는 ‘포옹 전문가’가 등장한 이유다.
사실 감각 결핍은 코로나19 시대에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청각만 충족하는 영상통화만으로는 다양한 감각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 저자는 감각을 보완할 수 있는 최신 기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모든 감각을 대체하기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거닐고, 새로 만난 누군가와 거리낌 없이 악수하는 날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