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K 하이틴 좀비’, 190개국에 출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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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원작자 주동근 작가

교복을 입은 학생 좀비들이 온몸을 기괴하게 꺾어대며 빠른 속도로 몰려다닌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고등학교. 학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 바이러스는 도시 전체로 확산된다. 도시 곳곳에도 좀비 떼 출몰이 이어진다. 도시는 쑥대밭이 되고 공권력은 우왕좌왕하던 끝에 마비돼버린다. 28일 공개 예정인 올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최근 티저 예고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세계 1위 드라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설정 자체가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K좀비’의 매운맛을 전 세계에 제대로 보여줄 드라마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이 드라마 원작은 2009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네이버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 이 웹툰을 연재한 주동근 작가(39)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한 세계관이 여러 나라 사람들과 공유된다는 게 신기하다”라며 “영상화를 목표로 삼고 웹툰 작가로 달려온지 13년 만에 큰 결실을 보게 돼 행복하다. 게다가 그 결과가 넷플릭스여서 보람이 아주 크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경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다. 학생들은 바이러스가 퍼질대로 퍼진 학교에 고립돼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주 작가는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지만 재난 앞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웹툰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좀비물 배경으로는 흔치 않은 학교를 택한 것에 대해선 “이질감 없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한국적인 좀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학교라는 공간이면 내가 생각한 판타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주 작가의 웹툰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당시 웹툰이 연재되는 매주 수요일이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거의 매번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인기였다. 소재와 이야기의 흥행성이 입증되자 연재가 시작된 이후 10곳에 가까운 제작사 등에서 영상화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물론 학교가 있는 시 전체를 무대로 대규모 경찰력과 병력이 투입되는 설정의 좀비 블록버스터인 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걸림돌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스타 감독 이재규 감독이 2015년쯤 이 작품을 드라마화하기로 했다.

주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투자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이 감독님께 전해 듣고 놀랐다”라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될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건 정말 꿈만 같다”라고 했다.

“작품 연재 당시에 일주일에 6일을 집 밖에 아예 안나가며 거의 울면서 작업했다. 오랜 고생과 긴 기다림 끝에 큰 보상을 받는 것 같다”라고 했다.

평소 이 감독 팬이었던 그는 “이 감독님이 웹툰을 재밌게 읽으셨다고 하셔서 원작자 입장에서 따로 부탁드리거나 한 건 없다”라며 “이 감독님이 재해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또 어떤 재미를 줄까 하는 마음으로 영상이 공개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의 웹툰은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아 정작 청소년에겐 열람이 금지됐었다. 드라마 역시 살상 장면이 반복적·자극적으로 표현됐다는 이유 등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주 작가는 “잘 된 결정”이라고 했다.

“수위를 낮추는 건 좀비물의 매력을 잃고 시작하는 것인 만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영상화되면 표현 수위에 한계가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것으로 결정된 이후 그런 걱정은 바로 사라졌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강시대소동’을 연재했고 현재는 외계인을 믿는 사이비 종교와 이 종교를 파헤치는 기자 이야기를 다룬 ‘아도나이’를 연재 중이다.

“저는 장르물에 진심인 편이예요. 좀 더 신선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장르도 개척하고 싶고요.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할지는 모르지만 ‘이 작가 작품은 재밌더라’는 정도의 인상은 남기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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