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회담 다음날… 러, 우크라 코앞서 탱크 실탄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나토와 회담 앞두고 서방 압박
크렘린궁-회담 실무진 발언 엇갈려
NYT “러 다음 행보 푸틴 빼곤 몰라”

© News1
© News1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놓고 벌인 담판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지 하루 만인 11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탱크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두 번의 회담을 남겨 두고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 세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중지하거나 아니면 훈련 목적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훈련에 반발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국경에서 수십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보로네시, 벨고로드, 브랸스크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병력 3000명과 T-72B3 전차, BMP-2 보병전투차, 일반화기 등 군사장비 300여 대가 투입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약 12만 병력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이 공수표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남은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회담 결과를) 낙관할 만한 이유는 없다. 12일 나토,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회담이 다 끝난 후 이번 주말까지 진전 상황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차관과 회담을 마친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서로 논의한 부분이 많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향후 회담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다음 행보는 푸틴 대통령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며 “러시아 지도자의 의도를 둘러싼 수수께끼는 다시 안개처럼 짙어졌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이 전략적으로 회담 실무진과 엇갈리는 의견을 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이면서도 해법 마련 단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크라이나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독일 및 프랑스 특사에게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선하는 러시아와의 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옥사나 시로이드 전 우크라이나 의회 부의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건 ‘정말로 침공하고 싶다’는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훈련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은 반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다면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중지하거나 아니면 훈련 목적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미국#회담#탱크#실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