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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양종구의 100세 건강]엄마 따라 딸도… “우리는 축구로 모녀의 정을 쌓아요”

입력 2022-01-13 03:00업데이트 2022-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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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여성축구단의 김미순(오른쪽), 박단비 씨 모녀가 서대문문화체육회관 축구장에서 공을 앞에 두고 사이좋게 누워 활짝 웃고 있다. 엄마 김 씨는 2003년부터, 딸 박 씨는 2016년부터 축구를 시작해 같은 팀에서 매주 3회 공을 차며 모녀의 정을 쌓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엄마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가 식지 않은 2003년 축구를 시작했다. 딸은 직접 공까지 차며 새벽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 경기를 꼬박꼬박 지켜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엄마가 축구를 시작한 지 13년이 지나서 딸도 축구에 빠져들었다. 서울 서대문구여성축구단의 김미순(58) 박단비 씨(32)는 매주 3회(월, 수, 금요일) 함께 공을 차며 모녀의 정을 쌓고 있다.

엄마는 초등학교 때 잠시 축구를 한 아들(34) 때문에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한일 월드컵 때 열렬한 팬이 됐다.

“아들을 데리고 축구장을 오갈 때 한일 월드컵이 열렸어요. 그때 호프집에 모이거나 길거리에서 응원했죠. 축구 하나로 온 국민이 열광하며 행복했어요. 그리고 1년여 뒤 서대문구청 소식지에 여성축구단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대부분 처음이라 개인차가 없었고 각종 패스와 트래핑, 드리블 등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게 재밌었다. 넓은 축구장을 뛰어다니는 맛도 새로웠다. 공을 차며 한껏 땀을 흘리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도 날아갔다. 김 씨는 “감독님이 말하는 축구 용어가 생소해 축구 교본을 사서 공부했고, 초반에는 훈련 일지까지 쓰면서 배웠다”고 했다. 그렇게 10년을 하고서야 축구를 조금 알겠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축구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죠. 공을 아무데나 차고 승부욕만 넘쳐 몸싸움만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패스의 길이 보이더라고요. 패스를 잘했을 때의 즐거움도 알고, 골 어시스트하는 기쁨도 느끼기 시작했어요.”

축구 경기도 많이 봤다. 특히 박지성 경기는 빼놓지 않고 봤다. 요즘은 토트넘 손흥민에게 빠져 있다. 스타 선수들의 인상적인 플레이를 따라해 보기도 했다. 김 씨는 틈나는 대로 탁구도 친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돼 공공시설인 축구장과 실내 탁구장을 활용하지 못할 땐 야외에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집 근처 안산을 돌며 체력을 관리했다.

이런 엄마를 지켜보면서도 축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딸은 2016년 어느 날 친구들을 축구단에 소개해주기 위해 나갔다가 축구에 빠져들었다.

“감독님이 저도 한번 뛰어 보라고 했어요. 엄마와 2 대 1 패스를 했는데 잘 맞았어요. 연습경기에서 골도 넣었어요. 그때 ‘축구가 이렇게 재밌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공을 차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한 박 씨는 단국대 생활체육학과를 졸업했다. 박 씨도 패스 등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축구는 누가 더 잘할까. 박 씨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겹치는데 엄마가 주전이다. 난 우리 팀이 몇 골을 넣어 앞설 때나 들어간다”며 웃었다. 그는 “축구는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노련하게 플레이한다. 난 성급하게 플레이하다 실수를 자주 한다”고 했다. 2018년 9월부터 서대문구체육회에서 일하는 박 씨는 엄마를 롤 모델 삼아 시간 날 때마다 근육운동으로 체력도 키우고 있다.

“저는 경로당 등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 운동을 지도하고 있어요. 제가 지도하는 분들 평균 연령이 80세인데 평소 운동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주 건강해요. 근력과 유연성도 뛰어나요. 제 엄마도 꾸준히 운동하시니까 80세 넘어서도 건강하고 젊게 사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서대문구청여성축구단은 전국에서 강호로 통한다. 매년 4, 5개 대회에 출전하는데 코로나19 이후엔 제대로 훈련도 못 하고 대회도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모녀는 축구훈련을 못 할 땐 집 앞 공터에서 드리블과 패스를 함께하는 등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는 “딸과 함께 경기하면서 합작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딸은 “축구를 평생 하며 엄마와 우리 아이들까지 3대가 함께 축구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공을 차는 모녀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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