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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주주대표소송’ 나선 국민연금, 기업 30여곳에 자료 요구 논란

입력 2022-01-13 03:00업데이트 2022-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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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 받은 기업 등 대상… 주주가치 훼손 행위 등 조사 명목
국내 상장사중 1000곳 소송 가능
산업계 “주주대표소송 남용 우려”… 복지부 “소송 정지작업 아니다”
주주대표소송 적극 추진에 나선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30여 개 기업에 주주가치 훼손 행위 등에 대한 기초 조사 명목의 자료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면서 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12월 17일 국내 30여 개 기업들에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기초 조사를 위한 자료를 요구했다.

기금운용본부가 보낸 공문은 해당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여받는 등의 주주가치 훼손 행위와 관련해 상세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 달라는 내용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최대 10년 전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안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각 기업들의 구체적 행위사실, 손해발생액, 손해회복 조치, 회사에 미치는 영향, 향후 대책 등의 문항이 포함됐다.

공문을 받은 기업들은 삼성물산, 삼성SDI,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SK텔레콤, SK네트웍스, GS건설, 한화 등 5대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해 모두 30여 곳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거나 사주의 배임 횡령 혐의 조사, 거액의 배상금 지급 등 이슈를 겪은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다. 최근 10년간 손해액이 가장 많은 기준으로 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주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개정안은 올해 2월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간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해온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고 올해부터 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법인 기준 상장사 지분 중 0.01%만 가지고 있어도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상장사 중 1000곳 이상이 곧바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주대표소송이 주주의 이익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수탁위는 근로자단체와 사용자단체, 지역가입단체가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되는데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아 피소 기업의 주주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기존에는 실제 기금 운용을 맡는 기금운용본부가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해왔고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맡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자료를 제출하면 정부 제재에 따른 과징금으로 주주가 평가 손실을 봤다는 논리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탁위 구성을 보면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연금의 소송 강화 방침이 나온 후에 한꺼번에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자료를 요청하니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주주가치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들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주주대표소송의 정지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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