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뒷북 정책이 낳은 집값 상승 악순환[광화문에서/이새샘]

입력 2022-01-12 03:00업데이트 2022-01-12 10:3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달 5일 새해 처음으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 말미에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저가 주택에 대한 투기거래 조사 결과를 1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법인이나 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를 집중 매수하는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2개월 만이다.

뒷북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발언이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가 ‘틈새 상품’으로 떠오른 건 재작년이다. 2020년 7·10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법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고 12%까지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곧바로 발 빠른 투자자들 사이에선 1억 원 이하 아파트가 유망 투자처로 떠올랐다. 비(非)규제지역 저가 아파트를 매입하면 취득세는 물론이고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도 다주택자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았다. 언론도 이런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려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갭투자’를 하고 있다며 수차례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1년 4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나섰다. 그 사이 시장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이 겹쳐 어느새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현금 수천만 원을 들고 지방을 돌며 저가 아파트를 ‘쇼핑’하던 투자자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거둔 뒤 대거 시장을 빠져나갔다. 실제로 저가 아파트 투자가 성행했던 충남에서 2020년 7월 199건에 이르던 법인 간 매매거래는 지난해 11월 25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며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옥죄는 규제책을 내놓아 거래를 막는다. 그러면 갈 곳을 잃은 투자 수요가 넘쳐 다른 지역으로, 혹은 저가 아파트 같은 틈새 상품으로 흐른다. 정보가 빠른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고 난 뒤에야 정부는 빈틈을 막을 방법을 궁리한다. 다시 강력한 규제책이 나온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홍 부총리는 5일 회의에서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자화자찬’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값은 13.73%, 지방 아파트는 10.25% 올랐다. 지방 아파트 값은 2019년까지만 해도 3% 가까이 내리며 정부가 말하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부동산 대책이 낳은 악순환이 지방 시장을 들쑤신 결과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뒤 치솟은 집값을 감당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오른 집값에 대출까지 막혀 내 집 마련이 막막해진 일반 국민들이다.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는 벌써 36번째 열렸다. 언제쯤 정책 성과 홍보를 의식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과 자기반성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