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뉴시스|연예

윤여정 이어 오영수…70대 배우들은 어떻게 할리우드를 접수했나

입력 2022-01-11 08:50업데이트 2022-01-11 08:5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의 70대 배우 두 명이 할리우드를 정복했다. 지난해 1947년생 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1944년생 배우 오영수가 골든 글로브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미국 최고 권위 시상식에서 미국이 아닌 특정 국가, 그것도 아시아의 70대 배우가 연달아 상을 받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업계는 윤여정에 이은 오영수의 수상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본다. 두 배우의 연기력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정도로 뛰어났다는 건 당연하고, 세계 콘텐츠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와 할리우드의 체질 개선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을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의심할 수 없는 연기력

먼저 한국의 노배우들이 할리우드 연기상을 석권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연기력이 이견이 있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그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미나리’에 출연하기 전부터 국내에서 가장 연기력이 좋은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지난해 초 ‘미나리’ 개봉 당시 영화계에선 ‘윤여정은 평소 하던대로 연기했다’는 애기가 나왔다. 해외에선 해당 작품에서 윤여정의 연기가 충격적일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지만, 그의 연기를 오래 봐온 국내 영화팬에겐 익숙한 것이었다는 말이었다.

오영수는 윤여정만큼 대중에 알려진 건 배우는 아니었지만, 이미 연극판에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그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오일남’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오징어 게임 명대사’ 중에 그의 대사가 유독 많았던 건 그만큼 그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배우들이 가진 재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고, 윤여정과 오영수의 연기력은 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며 “언제라도 상을 줘도 이상하지 않은 정도의 레벨”이라고 했다.

◇시대의 변화, 대세가 된 K콘텐츠

다만 윤여정·오영수 두 배우가 단순히 연기력만으로 이런 결과를 냈다고 볼 순 없다.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출연한 작품을 글로벌 관객·시청자가 보지 못하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사태 후 OTT 시대의 개막과 이른바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유통이 이들의 수상을 뒷받침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보다 1년 전 칸과 아카데미를 모두 석권한 영화 ‘기생충’의 영향이 컸다. 이런 기반 위에서 전 세계 관객이 윤여정의 연기를 주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엔 ‘기생충’과 ‘미나리’의 연이은 수상과 함께 코로나 사태로 OTT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 영화·드라마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이 국가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단위로 재배치 되면서 국가별 콘텐츠 유통 장벽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며 “한국 콘텐츠가 이런 상황을 얼마나 잘 파고들고 있는지 수상 실적이 그걸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위한 할리우드의 체질 개선

최근 할리우드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최대한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윤여정과 오영수의 수상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도 한다.

그간 할리우드 시상식 특히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백인들의 잔치’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이에 아카데미는 2014년 역사상 최초로 흑인 감독(스티브 맥퀸)이 만든 영화에 작품상(‘노예 12년’)을 주며 쇄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감독상을 중국계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남우주연상을 흑인인 대니얼 칼루야가, 여우조연상을 아시아인인 윤여정이 받은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됐다.

올해 오영수의 수상 역시 골든 글로브의 체질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게 중론이다.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백인을 위한 행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해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다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골든 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인종차별적 구성, 후보 선정에 있어서의 인종 차별, 협회의 각종 비리 의혹, 스칼릿 조핸슨의 성희롱 폭로가 이어졌고, 결국 전 세계 영화계가 단체로 골든 글로브를 보이콧한 것이다.

그제서야 골든 글로브는 변화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 중 하나가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오영수에 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윤여정이 미국에서 열린 대부분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는데도 골든 글로브는 윤여정에게 상을 주지 않았다. 올해는 오영수가 받은 TV 부문 남주조연상 뿐만 아니라 여우주연상에서도 역사가 쓰였다. 트렌스젠더 배우인 미카엘라 제이 로드리게즈가 수상한 것이다. 성(性)을 바꾼 배우가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물론 오영수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영화제나 시상식은 보기보다 매우 정치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윤여정·오영수 배우의 수상에 최근 할리우드의 이런 흐름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