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과 국가균형발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0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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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키워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콘텐츠와 문화가 주력 성장 동력이 됐지만 교육의 기여는 미미하다. 교육이 바뀌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간절함’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한국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현장에서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6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동아닷컴은 9회에 걸쳐 ‘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연재한다. 현장 교육전문가 9명이 필자로 나서 차기정부에 교육정책을 제안한다. 5일부터 17일까지(주말 제외) 이어지는 시리즈는 교육일반, 대학정책, 민관협업 등 3부로 구성 될 예정이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

④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과 국가균형발전


거점국립대 육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 수도권의 집중은 공간병목, 주택병목, 산업병목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 집중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지만, 지역불균형은 더 심화되고 있다.

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은 지역불균형을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 국가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 서열화 해소와 메가시티 구축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면, 대한민국은 늦어도 10년 후에 선진국들과 경쟁 할 수 있는 혁신국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 발전의 기초, 연구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이란 대학원 연구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대학이다. 많은 국가들이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에 나서는 것은 기초연구와 더불어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인재 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중심대학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유럽에 뒤이어 불과 1세기 만에 6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보유했다. 미국의 명문대는 모두 연구중심대학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은 연구는 물론이고 IT 기술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의 기반이 됐다. 이 대학은 지금까지 약 4만여 개의 기술 벤처를 창업했다.

연구중심대학은 국가균형발전에도 중요하다. 독일은 통일 후 동서독간의 격차를 연구중심대학과 국가연구소의 융합으로 극복했다. 옛 동독의 중심도시였던 드레스덴은 독일의 하이테크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로 변모했다. 드레스덴에는 연구중심대학인 드레스덴 대학을 중심으로 막스플랑크 연구소, 라이프니츠 연구소, 프라운 호퍼 연구소들이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 각지에는 뮌헨 공대나 드레스덴 공대처럼 TU9으로 불리는 9개의 연구중심대학들이 흩어져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형 연구중심대학’ 육성이 핵심
‘한국형 연구중심대학’의 핵심은 9개의 지역별 국가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4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재정지원
2020년 기준 서울대의 연간 총 재정은 약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부산대 7800억원 △경북대 5800억원 △전북대 5200억원 △충남대 4000억원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많다. 따라서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을 서울대 버금가는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 법안은 국립대의 예산을 최소한 우리나라 국립대 법인들의 평균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째, 거점국립대 부근에 국가출연연구소 신설과 국가출연연구소 분원 설립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에서 지원하는 IBS(Institute for Basic Science, 기초과학연구단), SRC(Science Reseach Center, 과학연구센터), ERC(Engineering Research Center, 공학연구센터), RLRC(Regional Leading Research Center, 지역선도연구센터), CRC(Convergence Research Center, 융합연구센터) 등의 특별 연구 사업단도 대학별로 특화시켜 배치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연구중심대학 부근에 국가연구소가 자리 잡아 집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의 융합은 △쉬운 연구비 확보 △연구 인력과 장비 공동 활용을 통한 시너지 △민간 연구소 집적 등에 유리하다. 각 대학은 국가연구시설 유치에 지역 특화산업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9개 거점국립대의 대학별 특성화 정책
쉽지 않겠지만 거점국립대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미국 UC(University of California) 대학들과 같이 분야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을 갖추어야 한다. 10개의 UC계열 연구중심대학들은 나름의 특성화 연구 분야를 갖고 있다. UC샌프란시스코는 생명공학이나 의학 분야에 특화된 학과와 연구소를 갖추고 있고, UC버클리는 기초과학 및 공학에 강점이 있다. 특성화 정책이 중요한 것은 지금의 백화점식의 학과 개설과 소규모의 교수 및 예산으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점국립대는 서울대와 함께 공동교육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를 포함한 10개 대학이 디지털 연합대학 교육체제 구축을 논의 중인바, 교육과 연구 체제를 단기간에 끌어 올려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UC 시스템이 예가 될 수 있다. UC계열 대학들은 학생들이 어느 UC를 입학하거나 졸업해도 동등한 대우를 받는데, 우리는 교육 인프라 공유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넷째, 우수교수 영입을 위한 제도 개선
현재 국립대에는 연봉 1억 5000만 원 이상이 되는 교원이 전무하다. 연구력이 좋은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의 기본 가운데 하나다. 좋은 연구실적과 평판도를 지닌 우수 교수는 수도권의 주요 대학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떤 국립대에서는 2011년~ 2015년 사이 약 65명의 교수가 사립대로 떠나기도 했다. 반면 교육부가 아닌 다른 정부부처 산하의 대학이나 사립대는 유연한 보수체계를 갖고 있어 국립대보다 우수교수 유치에 유리하다. 거점국립대 교원의 보수에 대한 제한을 풀어주는 국립대학회계법이나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거점국립대에서도 스타교수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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