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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기자의 눈/지민구]카카오, 커진 덩치만큼 성숙한 책임 보여야

입력 2022-01-10 03:00업데이트 2022-01-1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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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산업1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산이 신뢰인데, 시장과 임직원의 신뢰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카카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인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으로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44만993주를 지난해 12월 10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한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카카오 노동조합에 따르면 임원 8명의 주식 매각 규모는 900억 원으로 수백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블록딜 내용이 공시된 뒤 카카오페이 주가는 20만 원대에서 7일 종가 기준 15만3500원까지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도 덩달아 하락해 10만 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금융투자업계에선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회사의 규모와 성장 기대감에 못 미치는 경영윤리 의식을 보여줬다는 점을 지적한다. 창업자나 경영진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얻는 것은 IT 업계에선 상식이다. 문제는 시점과 방식이다. 기업 상황을 잘 아는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시장에 단기 고점이라는 신호를 줘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사업 확장과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니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와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큰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IPO를 준비하던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 이용료를 대폭 올리자 논란이 커졌다. 이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저와 공동체(계열사) CEO들이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에는 김 의장 중심으로 의사결정 조직을 강화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플랫폼 기업의 덩치가 커지고 영향력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조직이나 의식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제 카카오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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