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 원곡 가수 박광수 별세…향년 82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9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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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원곡을 부른 한국 솔·블루스 음악의 선구자, 가수 박광수 씨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9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박 씨는 8일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1940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고인은 학창시절부터 밴드부 활동을 했고 당시 주한미군방송(AFKN)을 들으며 솔, 가스펠, R&B 등 미국 흑인음악에 빠졌다. 국민대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연극과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자퇴했다. 이후 가수로 전향해 서울 종로 등지의 클럽에서 노래했고 오디션을 거쳐 미8군 클럽에서 ‘봄비’로 유명한 박인수와 함께 활동했다. 당시 한인은 소화하기 힘들었던 블루스와 R&B를 잘 불러 명성을 얻었다.

김상희, 최이철의 밴드에서도 활동한 고인은 1972년 신중현이 결성한 밴드 ‘The Men(더 멘)’의 리드보컬로 ‘아름다운 강산’과 ‘잔디’ 등을 녹음했다. 그가 ‘장현 and the Men’ 음반에서 부른 ‘아름다운 강산’ 원곡은 이후 발표된 이선희의 고음 절창 버전과 대척점에 있다. 박 씨의 중저음 보컬이 지닌 중후하고 음울한 분위기 때문이다.

고인은 비운의 가수로 통한다.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는 “당대 위대한 밴드인 ‘더 멘’에서 활동했지만 밴드에서는 보컬에 비해 연주가 더 부각됐고 또 신중현이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보컬리스트로 온전히 평가 받지 못했다”면서 “1973년 자신의 이름을 건 독집을 발표했지만 방송정지와 앨범 수거로 앨범은 철저히 묻히고 활동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독보적 스타일의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다. 김 평론가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솔 음악을 잘 소화했고, ‘빗속의 여인’이나 ‘마른 잎’ 같은 신중현의 노래들을 가장 독창적으로 소화했다. 2000년대에도 쉼 없이 라이브 활동을 하며 34년 만에 신보(‘박광수 2007’)를 발표하기도 했고, 래퍼 피타입의 앨범(2008년 ‘The Vintage’)에도 참여하는 등 꾸준히 음악을 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영역을 넓히는데 일조한 불운한 스타일리스트”라고 평했다.

빈소는 서울 금천구 쉴낙원 서울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02-2683-4444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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