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유품에 적힌 ‘金’자 단서로 6·25 백마고지 전사자 신원 첫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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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전사 추정 故 김일수 하사
70년만에 유해로나마 가족품으로
동생 “확인 전화, 보이스피싱인줄…”

고 김일수 하사의 유해 현장에서 발견된 숟가락 뒷면. 국방부 제공
고 김일수 하사의 유해 현장에서 발견된 숟가락 뒷면. 국방부 제공
6·25전쟁에 참전한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의 동생 영환 씨(75)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관계자”라고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형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영환 씨는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입대한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형의 신원이 70년 만에 밝혀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 국유단의 거듭된 전화 끝에 4일 형의 신원 확인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형이 70년이 지나서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7일 국유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인의 유해는 참호에서 머리뼈, 하체 부위의 일부만 남아 있는 상태로 수집됐다. 현장에선 숟가락과 전투화, 야전삽 등 다수 유품도 함께 발견됐다. 신원 확인은 성(姓)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金(김)’이 적힌 숟가락을 단서로 삼아 2018년 시료 채취를 실시한 동생 영환 씨의 유전자정보(DNA)를 대조, 분석해 가능했다고 국유단은 설명했다. 당시 영환 씨는 길에서 홍보 현수막을 본 자녀의 권유로 시료 채취를 하게 됐다.

김 하사는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6·25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시기인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국군 공격에 10일가량 방어 작전을 펼치던 중 적 포탄 공격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 발굴이 이뤄진 뒤 전사자 신원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귀환 행사와 안장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군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DMZ 내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을 통해 약 3000점의 유해와 10만1000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110일 동안 백마고지에서 총 37점의 유해와 8000여 점의 전사자 유품을 수집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숟가락 유품#단서#백마고지 전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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