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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준석,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버려야[오늘과 내일/정연욱]

입력 2022-01-08 03:00업데이트 2022-01-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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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원 당 대표 사퇴 요구에 끝내 회군
갈등 조정하는 당 대표 책임 명심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선거가 당내 위기 없이 순탄하게 진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 대선 후보 선출로 당내 세력 판도가 급변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를 만든 신주류와 밀려난 비주류 간 갈등은 불가피했다. 사실상 권력투쟁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후보 캠프는 이 같은 내부 갈등 관리에 주력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명박 후보 리스크가 부상하고 이회창이 전격 출마하면서 보수 분열의 우려가 커졌다. 친박의 동요를 막기 위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5년 뒤 상황은 역전됐다. 박근혜 캠프 핵심들의 독주에 반발이 거세지자 친박 핵심인 최경환은 후보 비서실장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사태도 처음엔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자는 주장에 윤석열 후보 체제에 소외감을 느낀 일부 의원도 은근히 호응했던 이유다. 그러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內戰)으로 번진 것이다. 이준석의 선대위 파업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로 비쳤다. 참다못한 소속 의원들이 당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일 것이다.

11년 전 박근혜 키즈로 등판한 이준석은 전국단위 선거를 지휘해본 적이 없다. 큰 캠페인 전략은 더더욱 짜본 적도 없다. 지역구 선거에선 3전 3패 했다. 그나마 반전의 계기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이준석은 2030세대 표심을 끌어내 오세훈 당선에 공을 세우긴 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의 결정적 승인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성공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선거 구도에서 승기를 굳힌 점을 애써 외면하면 캠페인 전략의 핵심과 경중(輕重)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준석의 무기는 막강한 당 대표 권한이다. 선대위 직책이 없어도 임명장 최종 날인은 당 대표가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선 “대표가 나가서 말하는데 누가 제약 거나. 내부에 있으면 말을 들어 먹든지”라고 했다. 자신이 윤 후보나 주변을 비판하는 것은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이고, 자신에 대한 비판은 묵과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계급이나 배경만 믿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꼰대’ 행태가 2030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행태 아니었나.

이준석이 심혈을 기울이는 당 대표 권한의 핵심은 공천권이다. 3·9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은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했다. 대선 정국이라고 해도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메시지만 발신한다면 공천에 목을 맨 인사들을 줄 세울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6년 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의 ‘도장 들고 나르샤’가 어떤 참사를 초래했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30대 0선’의 제1야당 대표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것이다. 이준석 개인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무한대 권력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당 대표가 내부 갈등을 조율해야 할 책무를 내던진 채 분란의 한편에 서는 것은 가당치 않다. 당 대표는 일개 평당원이 아니다.

이준석은 “또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준석을 지켜본 사람들은 “앞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은 보수 정당에서 보기 드물게 청년 정치를 넘어 미래 정치를 열어갈 재목이다. 정치는 8할이 말로 하지만 평가는 결과로 하는 것이다. 대선은 이제 두 달 남았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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