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극초음속미사일, 요격회피 ‘진화’… “전술핵 장착땐 게임체인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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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험발사 100일만에 고도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6일 공개한 북한군의 전날 발사체 시험 장면. 통신은 해당 발사체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평양=AP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6일 공개한 북한군의 전날 발사체 시험 장면. 통신은 해당 발사체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평양=AP 뉴시스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극초음속미사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28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보다 비행거리가 크게 늘었고, 비행 속도도 극초음속에 해당하는 음속의 5배가 넘어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대남 전략무기의 전력화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비행 속도·변칙 기동 등 극초음속미사일 성능 제대로 구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5일 중앙위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 지도간부들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며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되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의 비행 구간에서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120km를 측면기동하여 700km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100일 전 발사한 화성-8형보다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있음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9월 발사된 화성-8형의 비행 속도는 음속의 2∼3배, 비행거리는 450여 km(추정)에 그쳐 군은 ‘초보적 단계’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엔 한미 탐지자산에 포착된 비행 속도가 음속의 5배가 넘었고, 비행거리도 700km에 달해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연료량과 엔진 추력을 최대한 높여서 목표로 삼은 비행 성능을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요격망을 회피하는 능력도 한층 고도화됐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측면기동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탄두부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목표 고도에서 수평비행을 하면서 좌우로 기동했다는 의미다. 낙하 단계에서 탄두부가 상하좌우로 수시로 비행궤도를 바꾸게 되면 지상에선 탐지 및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두부의 변화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화성-8형의 탄두부는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였지만 이번엔 원뿔에 가깝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글라이더 탄두부가 극초음속의 속도를 내지 못하자 원뿔 형상으로 비행 성능을 향상시킨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두부를 다양화한 ‘화성-8형 개량형’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다양한 한미 정보자산으로 탐지됐고 대응이 가능하다”면서도 “(사거리 등) 비행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탐지한 비행거리(500여 km)보다 200km나 더 멀리 날아갔다고 북한이 주장하면서 정확한 탄착 지점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남한 끝단까지 기습 핵타격력 과시
북한이 동해로 쏜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거리를 남쪽으로 돌리면 거의 정확히 남한 최남단(전남) 지역에 닿는다. 전술핵을 실어서 한미 요격망을 돌파해 남한의 끝자락까지 기습 핵타격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 북한이 이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을 콕 집은 만큼 추가 테스트 및 실전 배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행 속도 및 사거리를 최대한 늘려서 중국의 둥펑(DF)-17에 맞먹는 성능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층 고도화된 극초음속미사일에 김정은이 개발을 지시한 전술핵이 장착될 경우 대남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과거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능력을 과소평가하다 허를 찔린 전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군이 개발 동향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 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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