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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경보 해제후 불길 다시 치솟아, 소방관 셋 참변… 당국 대응 논란

입력 2022-01-07 03:00업데이트 2022-01-0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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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냉동창고 신축현장 화재 참사
6일 오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난 화재를 진압하다 실종된 소방대원들을 찾기 위해 동료 대원들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화재는 발생 약 19시간 만인 6일 오후 7시 19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5일 밤 화재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은 6일 종일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세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화재 현장은 2년 전에도 구조물 붕괴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곳인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순직 경위 조사에 나섰다.
○ 잔불 정리 하다 불 속에 갇혀

화재는 5일 오후 11시 46분경 평택시 청북읍 신축 공사 현장 1층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근로자 5명이 작업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4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6일 오전 7시 10분에 큰불이 잡혀 경보를 해제했고, 이어 9시경 송탄소방서 소속 소방관 5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1층과 2층에서 내부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을 하던 소방관들은 9시 21분경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하면서 갑작스럽게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특수대응단 11명을 투입해 구출에 나섰지만 불길이 거세 정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1층에 있던 소방관 2명은 긴급 탈출에 성공했지만 2층에 있던 소방관 3명은 오전 9시 30분경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화재 현장에는 산소통과 액화석유가스(LPG) 등 용접장비와 보온재가 다수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가연물로 인해 발생한 화염과 연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형석 소방경(51)과 조우찬 소방교(26)는 이날 낮 12시 22분경 공사장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박수동 소방장(32)은 낮 12시 41분경 근처에서 역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평택=뉴스1
이를 두고 소방당국이 불길이 완전히 잡히기 전 섣부르게 소방관을 현장에 투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때도 잡혔던 불길이 다시 치솟으면서 소방관 한 명이 고립돼 숨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지휘하는 분이 종합적으로 판단했겠지만 재발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현장은 수시로 변한다. 대응 단계 해제와 소방관 투입은 책임자가 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 야간작업 무리하게 강행했나
사고 현장 1층에서 바닥 타설과 미장 작업을 하던 작업자 5명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자정 직전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2월 20일 공장 완공을 앞두고 야근을 강행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정장선 평택시장은 “겨울에는 야간에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 현장에서는 2020년 12월 20일에도 구조물 붕괴사고로 현장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사고는 5층 높이 자동차 진입로 설치 공사 중 작업 발판으로 사용하던 덱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후 한 달간 공사 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건축주와 시공사는 준공 예정일을 바꾸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김광식 수사부장을 비롯한 73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 지점으로 추정된 건물 1층을 중심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라고 말했다.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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