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움직임, ‘아마추어 탐정들’에게 들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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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SNS 등 통해 정보수집… 러 부대 이동경로-전력까지 파악
CIA “분석력, 정보당국 못지않아”… 러, 번호판 제거 등 대책마련 부심

지난해 12월 미국 인공위성 전문기업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러시아 남부 국경도시 클린치의 모습. 러시아군 차량 
350여 대가 곳곳에 주차돼 있다(위 사진). 일부 러시아 블로거는 지난해 12월 러시아군 전차가 남부 보로네시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 출처 맥사테크놀로지·트위터 캡처
지난해 12월 미국 인공위성 전문기업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러시아 남부 국경도시 클린치의 모습. 러시아군 차량 350여 대가 곳곳에 주차돼 있다(위 사진). 일부 러시아 블로거는 지난해 12월 러시아군 전차가 남부 보로네시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 출처 맥사테크놀로지·트위터 캡처
지난해 12월 25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약 50km 떨어진 러시아 남부 클린치의 숲 속에 350여 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미국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테크놀로지의 인공위성 카메라에 포착됐다. 맥사 측은 러시아군의 차량이 집결한 것으로 군인만 투입하면 즉각 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시베리아에 주둔하던 러시아 41군부대가 동유럽 벨라루스 접경 옐냐로 이동한 사실이 맥사의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연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위협을 가하는 러시아가 자국의 군사 활동을 노출하는 개인 및 민간단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각국 정보기관 같은 전문 스파이가 아니라 아마추어 탐정, 민간 분석업체, 비정부기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러시아의 병력 증강 동태를 속속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성사진, 소셜미디어, 항공편 추적 데이터 등 이른바 ‘오픈소스 인텔리전트(OSINT)’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폴란드 컨설팅업체 로한은 최근 48개의 러시아 전술부대 위치를 특정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미 정부가 공식 확인한 53개 부대와 불과 5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일부 러시아 블로거들 또한 러시아 주요 부대의 주둔지를 상세하게 찾아냈다.

제프리 에드먼즈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는 “개인 전문가의 분석 수준이 미 정보당국과 거의 같다”며 러시아가 2014년 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보다 러시아군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의 감시기능 강화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또한 대러시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러시아군 또한 군 차량 번호판을 떼어내거나 군 장비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위치가 추적당하거나 사진이 찍히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 5월 군인들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사용을 금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우크라 침공#아마추어 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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