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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정권교체 위해서라면 연기인들 못하랴

입력 2022-01-06 00:00업데이트 2022-01-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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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정치와 ‘쇼통’은 문 정권 속성
“자식도 남”이라는 이재명은 더한 듯
한계 파악해 목표 달성해야 최고 정치가
선대위 개편 尹 ‘말하기 과외’라도 받아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두 달 전 야당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눈물을 머금고 퇴진했다. 대선 한 달 전엔 말(言)로 표를 깎아 먹는다고 공격받던 당 대표까지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연기(演技)에 불과했다. 이후 대선 토론회 등을 할 때도 핵심 측근이 실권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선이 끝난 뒤 “후보와 직접 연결된 ‘내부서클’이 선거를 이끌어 선대위 공식 조직이 제 기능을 못 하고 패했다”는 데 당 주요 인사의 60.5%가 동의했다고 대선평가위원회는 밝혔다. ‘친노 패권주의’ 딱지를 못 떼고 있던 2012년 민주통합당 얘기다.

어제 국민의힘 선대위 해체가 연기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저와 가까운 분들이 선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민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에서 빠졌다는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 “지금도 직책도 없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걱정 끼치지 않겠다”는 윤석열 말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사실 ‘측근 정치’와 ‘연기’는 문재인 정권의 속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도 선대위에 속해 있지 않은 비선 라인이 존재했다.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광흥창팀의 13인 중 양정철, 윤건영은 2012년 퇴진했다던 핵심 9인 중 2인이었다. 2012년과 차이가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문 아닌 계파가 모조리 탈당하는 바람에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광흥창팀은 대선 승리 후 대거 청와대 1기 참모진으로 들어가 ‘청와대정부’가 됐다. 대통령 보좌조직이 내각과 집권당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민주정부의 퇴행이다. 86그룹 운동권 출신에 이념으로 뭉친 그들은 삼권분립까지 뒤흔들며 이 나라를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몰아갔다.

이 광흥창팀 가운데 탁현민이 있다. 대선 사흘 전 사전투표 25%를 넘기면 문 후보와 프리허그를 하는 불법 선거운동 연기를 기획하는 등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했다. 문 대통령의 연기 중독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를 나갔던 그를 못 잊고 불러들일 만큼 탁현민의 연출력에 매혹된 모습이었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데는 대통령의 ‘쇼통’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김종인이 윤석열에게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충정에서였을지 모른다. 성공한 정치인은 현란한 연기력과 말솜씨, 강심장 아래 그들만의 신념과 이기심, 때로는 큰 뜻을 감추고 있다. 이걸 알아챌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을 모든 유권자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측근 정치가 좋은 정치라고 할 순 없다. 특히 후보 중심의 선거캠프는 국익과 공익을 추구하기보다 선거 승리를 지상과제로 삼는 조직이다. 집권 후엔 나라가 사유재산이나 되는 것처럼 논공행상을 요구한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지만 전임 대통령의 탄핵도 비선 실세와 그로 인한 국정의 사유화 때문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를 쓰고 ‘윤핵관 제거’를 요구했던 이유가.

아직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여론이 절반을 넘는다. 그럼에도 제1야당이 당내 분란에 파묻혀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은 좋은 정부란 사회의 당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라고 했다. 눈앞의 어려움과 한계, 우발적 상황 등을 파악해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 정치가라는 말도 남겼다.

어제 북한이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임기 끝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할 태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최대한 빨리 종전선언을 하는 게 좋다”며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윤석열을 겨냥해 “친일을 넘어선 반역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자식도 남”이라고 연기하듯 말하는 이재명을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려면 윤석열은 연기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기 과외’라도 받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권교체를 통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면 말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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