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70%가 심혈관 질환자인데… 연구지원은 ‘0’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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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인터뷰
심혈관 질환 사망 10년새 27% 증가… 베이비부머 노화로 더 늘어날 것
국내선 관련 연구 제약사에 의존… 제대로 된 치료-재활 기반 못 갖춰
정부 ‘연구중심병원’ 사업 확대 등 초고령사회 맞아 장기 지원 늘려야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이 3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실에서 심혈관 질환 연구 지원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23년부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장으로도 활동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이 3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실에서 심혈관 질환 연구 지원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23년부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장으로도 활동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특히 위험한 기저 질환이 있을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5382명(지난해 12월 29일 기준) 가운데 ‘특정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가 10명 중 7명꼴(68.7%)이다. 이 질환으로 최근 10년간 매년 3만 명 넘는 한국인이 사망했다. 이 질환은 바로 심혈관 질환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심혈관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김효수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은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심혈관 질환은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에서 국민 생명을 더욱 위협할 것”이라며 “정부가 멀리 내다보고 치료법 개발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혈관 환자, 코로나19로 생사 넘나들어

―심혈관 질환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특히 상태가 나빠지는 이유가 뭔가.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으로 악화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반면 자연 치유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급성 질환이 겹치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대표적인 질환이 심혈관 질환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 뒤 심근염 등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백신에 따른 위험(이상반응)과 이득(예방효과)을 확률로 따져봐야 한다. 접종 후 심근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다. 대다수는 그런 부작용을 겪지 않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항체를 갖는 게 더 유리하므로 접종을 하라고 권고한다. 간혹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게 무섭다고 운전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치다.”

―심혈관 환자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나.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빈도는 심혈관 환자라고 해서 더 높지 않다. 정부 권고와 의학계 합의는 ‘심혈관 환자는 백신을 더 적극적으로 맞으라’는 것이다. 심혈관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생명선을 넘나들 수 있다. 환자에게 정부 권고대로 할 것을 조언한다.”

○베이비부머 심혈관 질환 위험 늘 것

―10년 새 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27.6% 증가했다. 원인이 뭔가.

“심혈관 질환을 ‘선진국병’이라고 한다. 나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 영향을 미치고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향후 10∼20년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노화와 함께 심혈관 질환 환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들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제대로 된 치료·재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길이다.”

―한국의 심혈관 질환 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심장 의사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30여 년 전에는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에 초청받으면 동료 연구진과 축하 잔치를 했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만큼 위상이 높아진 거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중국이 정부 지원을 업고 (학술 논문)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없나.

“기본적으로 ‘제로(0)’다. 과거 50년간 국내 심혈관계 치료법 개발과 연구는 제약사 등 업계 지원에 의존해 왔다. 정부는 도와주기는커녕 정당한 지원마저 ‘불법 리베이트’로 의심해 조사를 벌이기 일쑤였다. 이제는 업계 지원도 줄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 지원을 암과 희귀질환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정부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의료진이 최신 치료법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

○꾸준히 투자해야 토종 치료법 나와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첫째, 학술 활동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꾸준히 투자해야 토종 치료법 등 연구 결과가 나오고 국부 창출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같은 장기 지원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아예 정부가 지원 대상 학회를 지정하고 활동을 심사해 공익재단처럼 관리해도 좋다. 둘째, 병원이 건강보험 진료만 제대로 해도 적자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적정 이윤을 남겨 연구에 재투자한다. 기형적인 건강보험 구조 탓에 성형과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만 늘어나고 있다.”

―김 이사장이 2023년부터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APSC) 회장으로 활동한다. 또 2025년 APSC 학술대회를 부산에서 연다. 어떤 의미인가.

“APSC는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의학계를 삼분하는 아시아태평양 22개국의 심장학회 회원들이 최신 치료법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곳이다. 이처럼 권위 있는 학술대회를 34년 만에 유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에 걸맞게 의학 분야에서도 중심 국가로 우뚝 선다는 의미다. 그 단체의 회장으로서 한국 의료진이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발표해 심혈관 분야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심혈관 질환자#연구지원#심혈관#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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