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아프간 전 대통령, 4개월 만에 나타나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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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31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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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생양이 됐다”…도피설 전면 부인
외신 “해외 도피 계획 정황…나라 버린 책임 있어”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 ⓒGettyImagesBank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 ⓒGettyImagesBank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8월 15일 당시 수천만 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해 ‘야반도주’ 의혹을 낳은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인터뷰는 카불 함락 이후 그가 매체와 가진 첫 대담이다.

30일(현지 시간) BBC 라디오4의 ‘투데이’에 출연한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 함락 직전까지 아프간을 떠날 계획이 없었다”며 “돈을 해외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을 단호히 말하고 싶다”고 ‘야반도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내와 측근들이 카불을 떠나도록 조치한 뒤 국방부로 가려 했지만, 함둘라 모히브 당시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이 ‘저항할 경우 모두 죽을 것’이라며 탈출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가니 전 대통령은 반(反)탈레반 세력이 있는 아프간 동부 코스트 지역으로 이동키로 했지만 이미 탈레반에 의해 함락됐다는 보고를 받아 결국 해외 도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가니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로 대피해 계속 이곳에서 머물러 왔다.

그는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며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아프간을 떠나는 게 분명해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의 함락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게 물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나는 전임자(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처럼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국제 파트너십을 신뢰했지만,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지속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은 큰 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희생양’이라며 “카불을 구하기 위해 희생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간 정부가 2020년 9월부터 탈레반과 본격적인 평화 협상에 나서기 전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9년 탈레반과 ‘외국군 철수·아프간 내 국제 테러조직 불허’ 등의 원칙에 합의하고, 이듬해 2월 29일 ‘미·탈레반 평화 합의’가 최종 타결됐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 점이 붕괴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혹에 대해 “내 생활 방식은 모두에게 알려 있으니 어떤 국제적 조사든 환영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BBC는 가니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두며 비판했다. 미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이달 10일 미 정부 기밀문서를 근거로 ‘가니 전 대통령이 모히브 안보보좌관과 함께 7월 말부터 해외 도피를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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