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버텨낸 당신에게… 위로 건네는 스크린 동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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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긴 하루’ 고생했어… 그래도 해피 뉴이어”
쓸쓸한 연말 달래줄 영화 세편… 인간애 가득 코미디 ‘해피 뉴이어’
담담히 슬픔 그린 ‘노웨어 스페셜’… 차분히 여행하는 듯한 ‘긴 하루’

올해도 역시나 쓸쓸한 연말이다. 곳곳에서 마지막 축제처럼 고조되던 연말 분위기는 팬데믹에 휩쓸려 사라졌다. 화려하고 자유롭던 연말이 그리우면서도 곧 밀어닥칠 신년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 설레는 연말 분위기를 담아냈거나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 코로나 비껴간 동화


‘해피 뉴이어’에서 소진(한지민·위쪽 사진 오른쪽)과 승효(김영광)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길을 걷는 장면. 아래쪽 사진은 ‘긴 하루’에서 현수(김동완·왼쪽)가 자신이 이사 간
집에 과거 거주한 윤주(남보라)와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다. CJ ENM·하준사 제공
‘해피 뉴이어’에서 소진(한지민·위쪽 사진 오른쪽)과 승효(김영광)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길을 걷는 장면. 아래쪽 사진은 ‘긴 하루’에서 현수(김동완·왼쪽)가 자신이 이사 간 집에 과거 거주한 윤주(남보라)와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다. CJ ENM·하준사 제공
29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된 ‘해피 뉴이어’는 연말이 시간적 배경인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 작품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을 머금게 한다. 호텔 ‘엠로스’를 배경으로 여러 주인공 이야기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호텔 레스토랑 캡틴 소진(한지민)이 짝사랑하는 ‘남사친’ 승효(김영광)의 결혼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지는 이야기, 노년의 문턱에서 호텔 고객과 직원으로 재회한 옛 연인(이혜영 정진영) 이야기 등. 강하늘 이진욱 임윤아 서강준 등 주연 배우 14명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나가지만 작품 막바지엔 하나의 이야기처럼 버무려진다.

영화엔 결말이 뻔한 클리셰가 많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이 스위트룸에서 호텔 대표(이동욱)가 있는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다 그와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클리셰, 오히려 반갑다. 긴장을 내려놓고 영화를 보며 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라는 듯 감독은 클리셰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다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호텔 결혼식 피로연 현장,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으로 수놓인 밤하늘 등 영화 속 세계는 팬데믹이 비껴간 세상처럼 아름답다. 현실과 동화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연말 파티에 다녀온 듯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애 가득한 캐릭터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열심히 위로한다.

○ 차분한 새해 위한 절제미


영화 ‘노웨어 스페셜’에서 죽음을 앞둔 아빠와 네 살 아들이 마주 앉아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노웨어 스페셜’에서 죽음을 앞둔 아빠와 네 살 아들이 마주 앉아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9일 개봉한 ‘노웨어 스페셜’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턴)이 홀로 키우는 네 살 아들 마이클(대니얼 러몬트)을 입양할 양부모를 찾는 여정을 다룬다. 존은 양부모 후보들을 만나지만 매번 자신의 판단이 틀릴까봐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전개 속도는 느리다. 양부모 찾기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 슬픔을 짜내지 않는다. 영화 ‘스틸 라이프’로 2013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신문 기사에 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빠의 죽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러몬트와 담담하려 애쓰는 노턴의 연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30일 개봉한 ‘긴 하루’는 단편 4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첫 영화 ‘큰 감나무가 있는 집’은 시골마을 한적한 집으로 이사한 소설가 현수(김동완)가 과거 이 집에 살았다며 찾아온 윤주(남보라)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4편은 명확한 결론 없이 끝난다. 모두 누군가의 긴 하루를 건조하게 담아낸다. 그 배경은 강릉과 동해. 파도가 밀려드는 조용한 해변과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일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론이 명확했더라면 비현실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국내 여행조차 꺼리게 되는 시기. 올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물하는 영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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