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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문체부, 열독률 ‘반쪽조사’… 구독비율 60% 영업장은 조사 안해

입력 2021-12-31 03:00업데이트 2022-01-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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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 집행기준 논란 가열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도입한 열독률이 조사 대상 및 방식의 허점으로 실제 신문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실, 상점 등 영업장을 조사하지 않은 데다 가중치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등 전문가들이 정부의 열독률 조사에 대해 우려하던 문제들이 실제로 나타났다. 열독률은 연간 1조 원이 넘는 정부광고 중 인쇄매체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독률은 일정 기간(최근 1주일) 이용자가 읽은 특정 매체의 비율을 뜻한다.

○ 영업장 빠진 반쪽 조사
문체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0일 발표한 ‘2021 신문잡지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업장 구독 비율이 높은 A경제신문의 열독률은 0.44%로, A신문보다 유료 부수가 적은 B종합일간지(0.63%)보다 훨씬 낮았다. 반면 국내 발행 신문의 유료 부수를 인증하는 한국ABC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2019년분) 유료 부수 인증 결과 A신문은 B신문보다 16만 부가량 더 많다. 2021년 기준 동아일보도 C종합일간지보다 전체 유료 부수는 12만 부가량 많은데도 열독률은 낮게 나왔다.

이는 가구보다 구독 비율이 높은 영업장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영업장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만 19세 이상 5만1788명을 대상으로 올해 10월부터 약 두 달간 진행한 이번 조사는 가구만 방문했다. 사무실, 상점, 학교, 가판 등 영업장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신문 부수 중 영업장 구독 비율은 약 60%다. 신문 구독의 과반이 이뤄지는 영업장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신문을 어디서 읽었는지 파악하는 경로조사만 했다. 신문을 봤다는 응답자 중 69.9%가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 학교 등에서 읽었다고 답한 비율은 20.0%, 식당 등은 5.8%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열독률 조사는 영업장을 조사하지 않는 근본적인 한계로 실제 매체 규모와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불투명한 가중치
이번 조사에서 동아일보를 읽었다고 응답한 숫자와 C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한 숫자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정한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 두 신문의 열독률은 오차범위를 넘어서 차이가 날 정도로 벌어졌다.

언론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에 통계청 추계 가구 자료를 이용해 가구 가중치를 적용했고, 여기에 추가로 지역, 성, 연령을 고려한 개인 가중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독자와 지방에 사는 독자를 같은 비중으로 계산하지 않는 식이다. 언론재단은 성별, 지역별 가중치 숫자를 밝히지 않은 채 “가중치 부여 과정과 산출 계산은 매우 복잡해서 추후 따로 설명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 실제 답변자 숫자와 상당히 다른 열독률 결과가 나오는 점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학계에서는 특히 이번 조사는 단순히 열독률을 파악해보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을 만들기 위해 실시한 조사인 만큼 가중치 부여 방식에 대해 정확하고 세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지역 신문 소외, 무가지 문제 여전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가 신문을 읽었다고 밝힌 매체는 모두 302개였다. 국내 발행이 확인된 전체 1676개 신문 매체 중 20%도 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조사가 사실상 매체 영향력을 평가하는 성격이라는 걸 감안하면 실제 상당 부수를 발행하는 지역 중소 신문은 아예 응답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 평가받는 게 불가능하다.

인위적으로 열독률을 올리기 위한 무료 신문(무가지)도 문제다. 이번 조사에서 무가지로 신문을 읽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49명이었다. 실제 올 10월 열독률 조사를 할 무렵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이 지하철역 등에서 무가지를 배포해 논란이 됐다.

한국신문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발행 부수가 4800여 부인 신문이 열독률 조사에 잡힌 반면 2만∼3만 부 발행하는 신문은 열독률이 0으로 나왔다. 대다수 지역 매체가 조사에서 누락되는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할 때 열독률에 바탕을 둔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언론학자는 “지역 신문 반영 비율도 떨어지고 무가지 부작용에 영업장 조사를 하지 않는 열독률 조사가 ABC협회 기준보다 변별력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ABC협회 유료 부수와 함께 열독률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등 정확한 매체 영향력 평가를 위해 정부, 언론계, 학계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체부는 올해 7월 ABC협회에서 인증하는 신문 매체 유료 부수 중 일부 매체 유료 부수가 부풀려져 있다고 판단하고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을 열독률 중심으로 바꿨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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