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 서울 미래유산 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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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민 생활상 그대로 담겨
市, 23개 선정… 지금까지 총 506개
경성유록-소라분식-유령역도 포함
인증서-동판 교부… 수리비 지원

‘2021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유·무형 자산들. 1960년대 서울 생활상이 잘 담긴 영화 ‘로맨스 빠빠’의 동아일보 신문 광고와 1971년 개업한 뒤 육사 생도와 서울여대생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은 ‘소라분식’.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때 지어졌으나 이용되지 않아 유령 역으로 불리는 신설동역 비영업 승강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제공·동아일보DB
‘2021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유·무형 자산들. 1960년대 서울 생활상이 잘 담긴 영화 ‘로맨스 빠빠’의 동아일보 신문 광고와 1971년 개업한 뒤 육사 생도와 서울여대생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은 ‘소라분식’.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때 지어졌으나 이용되지 않아 유령 역으로 불리는 신설동역 비영업 승강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제공·동아일보DB
1960년 개봉한 고 신상옥 감독(1926∼2006)의 영화 ‘로맨스 빠빠’, 1970년대 지어져 우리나라 최초 어린이회관으로 이용됐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건물, 조계사 인근에 늘어선 종로구 견지동 불교용품거리 등이 올해 ‘2021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대를 이어 맛과 정취를 지켜가는 음식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23개의 유·무형 자산을 2021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 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과 감성이 담긴 서울의 근현대 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시민, 전문가 등이 제안한 후보를 바탕으로 사실 검증, 자료 수집,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를 진행한 뒤 소유자의 보존 의지를 확인하는 동의 절차를 거쳐 결정한다. 첫해인 2013년 255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506개의 유·무형 자산이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14개의 자산이 새로 포함됐다. 고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는 1960년대 서민 가족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당시 서울 시민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고 신성일(1937∼2018)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했고, 엄앵란과도 처음 호흡을 맞췄다. 신성일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휴일’(1968년)도 미래유산으로 꼽혔다. 당시 서울을 배경으로 당대 청춘들의 우울한 현실을 예술적 감각으로 담아낸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릉 김씨 부인이 1913년 서울을 여행한 기록을 남긴 ‘경성유록’은 남대문 부근 풍경과 새로운 문물에 관한 감상이 잘 묘사됐다.

시민생활 분야에서는 6개의 자산이 이름을 올렸다. 1994년 개업해 대를 이어 경영하는 매운탕 전문점 ‘소문난 개미집’은 주변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추억이 담긴 음식점이다. 1971년 개업한 ‘소라분식’도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이곳은 화랑대역 주변에 상가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운영돼 육사 생도와 서울여대생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꼽힌다. 1970년대 조성된 견지동 불교용품거리는 테마거리로 보존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업노동 분야 2개 자산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에 있는 비영업 승강장 등이 포함됐다. 이곳은 당초 5호선 역 중 하나로 계획돼, 1974년 1호선 개통 때 지어졌다. 5호선 개통 전까지 1호선 운행 차량들의 수리 공간 등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으나 이후 5호선 계획이 바뀌면서 이곳은 빈 공간이 됐다. 이후 사람들에게 ‘유령 역’으로 불리며 영화 촬영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1980년대까지 로마자 표기에 쓰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적용된 역명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건설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도시관리 분야 자산에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선정됐다. 1970년대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회관으로 시대의 증표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선정된 서울 미래유산에는 미래유산 인증서 및 동판 형태의 표지를 교부한다. 오래된 유산에는 소규모 수리비도 지원한다. 전체 서울 미래유산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용태 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미래유산을 소중히 관리할 수 있도록 소유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로맨스 빠빠#서울 미래유산#경성유록#소라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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