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병원도 못 가요” 16년간 끊긴 뱃길에 통영 오곡도 주민들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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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후 여객선 중단으로 ‘고립’
통영시, 최근 운항 재개 방안 모색
경제성 부족 등 이유로 해법 못 찾아
인근 카페리 경유 등 정부에 건의

드론으로 촬영한 통영 오곡도. 통영시 제공
드론으로 촬영한 통영 오곡도. 통영시 제공
“10년 넘게 뱃길이 끊겨 노인들이 아파도 병원에도 못 갑니다. 새해에는 배가 다니길 다들 고대할 뿐입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오곡도 고정옥 이장(76)이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푸념을 쏟아냈다. 섬이 까마귀 모양을 닮았다는 오곡도는 면적 0.685km²의 작은 섬이다. 통영 척포항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져 있는 이 섬에는 주민 15명이 산다. 1970년대에는 40여 가구 300여 명이 살았지만 대부분 떠나고 60대 이상 노인들만 남았다.

육지에서 낚싯배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지만 2006년 이후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정기 여객선 운항이 끊겼다. 2주에 한 번씩 다니던 낚싯배도 운항을 중단했다. 낚싯배로 승객을 나르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최근 통영해경이 단속을 하면서 낚싯배 선장들이 오곡도 운항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장은 “그동안은 비싼 뱃삯을 내고도 낚싯배를 타고 다녔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해져 휴지 등 생필품이 떨어져도 사러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장 소유의 어업선이 있지만 이 역시 일반인을 태워 이송하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 고 씨의 몸도 불편해지면서 이것조차 여의치 않게 됐다. 주민들이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통영 오곡도 위치도.
통영 오곡도 위치도.
최근 통영시는 오곡도에 여객선 운항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가장 현실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국가 보조 항로인 한려카페리(통영∼추도)의 오곡도 경유 방안이다.

국가 보조 항로는 그동안 적자로 완전히 단절된 항로를 지정해 해마다 일정한 예산을 선주사에 지원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배를 운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통영∼추도 항로를 기존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려 운항하고, 주 1∼2회 오곡도를 경유하는 방안이다.

앞서 통영시는 이 방안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건의했지만 수산청은 통영∼추도 항로의 이용률 자체가 낮아 증편 예산 확보 명분이 없다고 반려했다. 증편 없는 오곡도 경유 방안은 추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추도에서 육지까지의 운항시간이 약 30분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통영시는 일반도선인 섬나들이호(달아 선착장∼학림도∼송도∼저도∼연대도∼만지도)의 오곡도 경유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선주사 측에서 주 2회 경유 시 연간 5000만 원의 적자 보전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해양소년단 해상택시를 투입해 운영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이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오곡도 인근 해상 문제로 택시를 세울 수 있는 부잔교(선박의 계류를 위해 물 위에 띄워 만든 구조물)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영시 소유의 행정선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이 또한 비정기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행정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남도 내 유인도 77곳 중 정기적으로 다니는 배편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섬은 오곡도를 포함해 15곳. 이 중 통영에 있는 섬이 오곡도를 포함해 읍도, 연도, 입도, 저도, 갈도, 납도, 초도 등 11곳이나 된다.

통영시 관계자는 “사천시가 최근 새마도(80여 명 거주)와 새신수도(300여 명 거주)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박을 직접 건조해 운영하는 사례도 검토하고 있지만 비용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특수한 경우 낚시선으로 승객을 수송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요청한 데 이어 한려카페리가 오곡도를 경유하도록 정부에도 건의했다”며 “우선 3억 원을 들여 큰 여객선이 오곡도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접안시설 개선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통영시#오곡도 주민#여객선 중단#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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