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이들 1450명, 부모 없이 미국행…“가족 생각에 밥도 못 먹어”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8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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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이 미국으로 대피한 아프가니스탄 아이들 숫자가 145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부모와 떨어져 미국으로 대피한 아프간 아이들 중 대다수는 함께 대피한 다른 가족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 후원자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정착국(ORR)은 여전히 250명의 아이가 부모, 가족과 떨어진 채 미국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부모와 분리된 아프간 아이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분리된 부모와 아이들은 영상통화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

◆카불 국제공항 폭탄테러로 부모와 생이별…“가족과 재회…바라고 바라는 것”

라민(17)과 에말(16)은 카불 국제공항 폭탄 테러로 가족을 잃어버렸다. 테러 사건 이후 9월, 형과 부모 없이 미국으로 구출된 라민은 “나를 돌려보내 달라”며 오열했다고 당시 통역을 도운 자원봉사자가 말했다.

지난 8월26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카불 공항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 IS-K(IS-호라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최소 170명, 부상자는 약 200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많게는 130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는 아프간 보건부 소식통을 인용해 133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형과 각별한 사이였던 라민과 에말은 자다가도 형의 이름을 부르며 울곤 했다.

둘은 미국에서 특별 이민 비자를 받고 거주하고 있는 삼촌과 살고 있다. 라민과 에말은 안전한 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프간에 있는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서 쉽게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에말은 “처음 부모님과 영상통화할 때 서로 쳐다보며 울기만 했다. 지금도 얼굴을 보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전했다.

둘은 미국에서 부모 및 형제와 재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말은 “그것이 내가 항상 바라고 바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는 8살의 미나와 13살의 파이살도 부모 형제와 아프간을 탈출하다 뿔뿔이 흩어졌다. 어머니는 사망했고, 나머지 가족은 아프간에 남겨졌다고 이모 페리쉬타는 말했다.

페리쉬타는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사망 소식 전하기를 주저하다 최근에 밝혔고, 아이들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페리쉬타에게 “왜 엄마는 오지 못했나요” “아빠는 언제 오나요” 등의 질문을 건넸지만, 페리쉬타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아이들이 매일 밤 잠들 때까지 운다고 그녀는 전했다.

◆떨어진 상태서 커지는 가족 걱정…“가족 생각에 밥도 잘 먹지 못해”

미시간주 이민자 권리 센터의 제니퍼 바네가스는 응급 수용소에 있는 아프간 아이들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은 이프간에 있는 가족이 숨어 지내고, 식량이 부족해 배고프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아이들도 음식을 먹기 어려워한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나단 불트 기독교 입양 기관인 베다니 기독 기관(Bethany Christian Services) 수석부의장은 “부모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두려움은 아이들에게 충격을 준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의 소아과 의사인 페리노는 “아이들이 정부로 구금되는 순간마다 겪어야 할 정신적 충격이 커진다”고 말했다.

◆“재결합 절차 불분명하다”…아이가 가족과 재결합 할지는 미지수

아프간 아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부모와 분리돼 있는 아프간 아이들의 재결합 절차가 불분명하다고 CNN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는 아프간 아이들의 가족 재결합 과정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9월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 분리된 아프간 아이들을 만나 “미국은 아프간에 있는 가족과 아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는 미국으로 대피한 1450명의 아이 중 몇 명이 부모와 재회했는지, 아프간에 남아있는 부모가 몇 명인지 밝히지 않았다.

애쉴리 휴브너 미국 이민자 정의 센터(NIJC) 법률 서비스 부국장 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여전히 가장 큰 관심사다”라면서도 “정말 어렵다. 많은 좌절감이 있다. 정보와 긴박함이 부족하다. 일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아이들의 안전과 안녕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가족이나 다른 적합한 후원자와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8월15일 아프간 권력을 장악한 뒤 인권 탄압에 나서 규탄 받고 있다. 공공 부문 담당 여성들이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금지하고, 어린 소녀들이 중등 교육을 받지 못하게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텔레비전 채널에 여성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 상영을 중단하고, 여성 기자들에게 히잡 등 스카프를 두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탈레반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가리는 ‘부르카’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여성은 남성 동행자 없이는 외출할 수 없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새로운 명령은 본질적으로 여성을 포로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것은 (여성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다른 도시로 여행하며,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고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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