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아들, 공익요원에게 폭행당해…“엄마가 미안해” 靑 청원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8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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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도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내 아들아, 엄마가 미안해”

광주광역시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舊 공익근무요원)이 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가운데, 해당 학생의 어머니가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고 청와대에 이같이 호소했다.

청원을 올린 피해 학생 A씨의 어머니 B씨는 아들이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22살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뇌병변장애로 인해 사지가 틀어지는 탓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17차례나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 차례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든 A씨는 ‘응’이라는 말 외에는 ‘엄마’, ‘아빠’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급성 백혈병으로 인해 투병 생활을 마치고 나서야 다니던 장애인 학교에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 돌아간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폭력과 인권 유린이었다고 한다.

해당 장애인 학교에서 근무하던 사회복무요원은 평일 날마다 1교시에 A씨에게 신체 활동 치료를 한답시고 감각 통학실에서 러닝머신을 앞에 두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지난 9월, 딱밤을 때리는 것으로 시작된 사회복무요원의 폭력 행위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10월부터는 수건을 채찍질하듯 A씨의 얼굴에 가격했고, A씨가 러닝머신을 끄면 러닝머신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진 A씨의 명치를 주먹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감아 뒤에서 일으켜 세우며 ‘교수형 놀이’까지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오늘도 X패고 왔다”, “A는 맞아야 말을 듣는다”, “명치를 때리니 ○○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나 때문에 러닝머신 탈 때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하게 온다”며 A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도 모자라 “러닝머신을 타는 곳에서 때리면 선생님들도 안 보니 A를 괴롭힐 수 있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A는 나만 보면 무서워하고 내가 손만 들어도 A는 반응이 온다”며 “내년에 A를 맡을 공익을 위해서 A의 기억이 리셋되기 전에 내년에 종종 찾아가서 교육시켜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B씨가 이 같은 발언 사실을 알게 된 건 다른 사회복무요원과 제보자 7명의 목격담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가해 사실을 부인하며 “딱밤 한두 대 때렸다”고만 했다고 한다.

B씨는 해당 사회복무요원이 내년 2월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며 그의 병역 이행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대한민국 간호 행정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의 대처도 미흡했다. B씨는 아들의 몸에서 멍과 상처들이 미심쩍어 담임 선생과 상담을 진행했지만, 담임은 가해자에게만 사실 확인을 거친 채, “A씨가 넘어졌다”, “살짝 부딪혔다”, 심지어 “자해했다”는 대답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B씨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의 무릎에 생긴 시퍼런 멍과 등에 생긴 빨간 상처, 배에 있던 멍과 상처를 봤음에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

“비가 오면 운동화에 묻은 물기에 넘어질까 싶어 스쿨버스까지 업어 올린 등굣길에서 저희 아들은 매일 1교시가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을까요? 엄마인 저를 얼마나 원망했을까요? 말을 할 수 없어 몸으로 말을 했건만 엄마인 저는 왜 알지 못했을까요”

B씨는 이 같이 울분을 토하며 “그래서 저는 지금 국민 청원이라는 곳에 제 아이가 목소리가 아닌 몸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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