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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샤갈 그림속 바이올린에 반했죠”…‘파가니니 콩쿠르 2위’ 16세 정누리

입력 2021-12-27 14:43업데이트 2021-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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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정누리(16·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는 올해 10월 24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폐막한 제56회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 최연소로 결선에 진출해 2위를 차지했다. 파가니니 콩쿠르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바이올린 부문 세계 양대 콩쿠르로 통한다. 바이올린계의 최고 기대주 중 하나로 떠오른 그를 입상 이후 처음 e메일로 인터뷰했다.

―꿈의 대회인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나이에 비해 놀라운 성적을 거뒀습니다. 어떤 기분이었는지요.

“존경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거쳐 간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파가니니의 고향인 제노바에서 그의 작품들을 연주한다는 것부터 감회가 컸습니다.” (파가니니 콩쿠르는 살바토레 아카르도, 기돈 크레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이사벨레 파우스트 등의 유명 연주가를 배출했다)

―최연소 결선 진출자에게 주는 상과 현대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파가니니의 친구상’도 받았습니다. 어떤 현대곡을 연주했는지요.

“카를로 보카도로의 ‘부드럽고 무한한 날개(Un’ala soffice, infinita)‘라는 곡을 연주했습니다. 준결선에서 연주한 뒤 작곡가가 찾아와 ’이 곡을 이렇게 잘 연주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셨어요. 곡 중간 기계의 움직임과 금속성이 느껴졌는데, 오늘날의 삶과 환경을 나타냈다고 생각해서 잘 표현하려 했습니다.”

―파가니니 콩쿠르 입상은 오래 꿈꿔 오던 일인가요.


“중2때 선생님께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곡을 공부하자고 하셔서 매주 한 곡씩 하기 시작했어요. 4주째에 4번을 들으시고는 ’어려운 곡인데 너무 잘했다‘며 그 자리에서 파가니니 콩쿠르를 준비하라고 하셨죠. 크게 느껴졌던 대회를 준비하라고 하셔서 기뻤습니다. 콩쿠르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고, 음악 자체만을 위해 연주하려 했습니다.”

―바이올린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집에 샤갈의 그림이 있었어요. 에펠탑 옆에서 천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죠. 제가 그림 속의 바이올린을 가리키며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섯 살 때 동네 바이올린 학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여덟 살 때부터 영재원에서 김남윤 교수에게 배우고 있죠.


“선생님은 레슨 때 먼저 제 생각을 물어보고 제 의견을 존중하시지만 필요할 땐 예리하게 지적해 주십니다. 음악에 헌신하시는 모습을 보며 늘 감명을 받고 있어요.”

―연주가로서의 ’롤모델‘이 있다면. (그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 20세기 피아니스트들을 꼽았다)


“리히테르가 연주한 슈베르트 소나타 21번이나 바흐 평균율, 코르토가 연주한 슈만의 피아노곡들을 들어보면 자유로움과 고독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다의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에서는 기쁨과 슬픔, 밝음과 먹구름이 엇갈리는 느낌을 받죠. 저도 예술의 양면을 잘 포착해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책과 영화도 보고 자전거도 타죠. 겨울 바다를 바라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20세기 연주가들의 음반을 좋아해서 LP 음반을 수집해보려 합니다.“

―바이올린 이외의 예술분야에 관심이 있습니까.

”피아노와 첼로, 관현악에도 관심이 있고 고흐, 세잔 같은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화가의 일생을 알아보는 걸 좋아해요.“

―새해 목표는.

”파가니니 콩쿠르 후 해외에서 많은 연주 제의를 받았는데,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곡들을 연주하고 싶어요. 예술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한 해를 바라고 있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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