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은 병상 118개뿐… 확진 임신부, 16곳 거절에 구급차 출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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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연이틀 1000명대… 응급의료 붕괴 비상
수리과학硏 “2주뒤 1100명대 전망”… 부스터샷 4명 오미크론 돌파감염

코로나 환자 긴급 이송 19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1025명으로 연이틀 1000명을 넘었다. 뉴시스
코로나 환자 긴급 이송 19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1025명으로 연이틀 1000명을 넘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이틀 연속 1000명을 넘었다. 정부가 일반 환자 치료에까지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한 지표가 바로 위중증 1000명대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025명이다. 전날에는 1016명이었다.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급증에 뒤이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첫날인 11월 1일 343명이었고 한 달 후 700명을 넘었다. 이어 일주일 만에 800명대, 6일 후 900명대, 4일 후 1000명대가 됐다.


이례적으로 토요일(18일)에 고강도 방역 조치가 시작됐지만 그 효과는 2, 3주 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모임 인원 4명 등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수준의 조치를 내려도 2주 후 위중증 환자는 1147명으로 예측됐다. 주요 병원 응급실마다 코로나19 환자가 들어차면서 이제 일반 응급환자 치료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이날 현재 178명으로 늘었다. 그중 최소 4명은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 접종 완료 후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마쳤는데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현장 일반 응급의료체계도 비상

“중환자 수가 1000명 이상 나온다면 다른 일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처음 900명을 넘은 14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같이 예측했다. 우려는 불과 나흘 만에 현실이 됐다. 18일 위중증 환자가 처음 1000명을 넘어서더니 19일에는 102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확진자의 위중증 악화 기간(최장 10일 안팎)을 감안하면 당분간 중환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19는 물론 일반 응급 치료도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8일 0시 49분 “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30대 임신부 A 씨가 복통과 하혈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양주소방서 구급대는 인근 병원 16곳에 전화를 돌려 분만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임신부의 진통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오전 1시 33분경 구급대원들은 A 씨 집 앞에 세워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받았다. A 씨와 아이는 출산 후 약 50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울의료원에서 소독과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 응급 치료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외상이나 호흡 곤란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의 격리 병실 치료가 원칙이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들어차 일반 응급환자가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의 한 병원에선 응급실 문 앞까지 온 심정지 환자를 들일 곳이 없어 교수가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병원마다 관할구역 내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를 받지 못해 돌려보내는 일이 하루 한두 건씩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올겨울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겨울철에는 빙판길 낙상 사고나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위주로 폐렴 환자도 늘어난다. 자칫 다급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응급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형민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는 “미끄러울 때, 추울 때 안 나가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이 있다면 특별히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8일 오후 5시 기준 79.1%다.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도 남은 병상이 118개뿐이다. 강원, 충북, 경북 등 비수도권 곳곳도 빠르게 차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의 가동률이 ‘한계점’인 80%를 넘겼다.

정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으로 18일 고강도 방역 조치를 내렸지만 위중증 환자 감소는 고사하고 전체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가 격리 중에 확진 판정을 받는 확진자의 비율, 즉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최근(11월 28일∼12월 4일) 27.6%까지 떨어졌다. 비수도권 광역시의 한 보건소장은 “역학조사 효율화 방침에 따라 가족과 동료 등 밀접 접촉자부터 조사하는데도 일손이 부족해 직원들이 밤 12시에 퇴근하고 오전 6시에 출근한다”고 전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로는 확진자 수가 유지되는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며 “추가 접종이 빠르게 이뤄져 확진자가 줄어들어도 중환자가 줄어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년 1월부터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를 대체하는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확진자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수도권 병상 부족#위중증 1000명대#응급의료 붕괴#구급차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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