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 감소의 직접 원인은 대출 규제로 보인다. 거래 절벽 현상은 주로 대출을 끼고 거래하는 강북권에서 시작돼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 곳에서 집이 팔리지 않으면 이사하려던 곳의 거래까지 중단되는 연쇄 작용이 발생한다. 집값이 본격적인 장기 하락기로 접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출 규제나 금리 양도세 대선 등 변수가 많아 ‘일단 기다리자’는 관망파들도 많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세제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의 굵직굵직한 변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거래 감소는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금액대별 거래 비중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상반기 30.4%에서 23.3%로 감소한 반면,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거래 비중이 늘었다. 서민 아파트 거래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서민들은 빚을 내야 소형 아파트라도 살 수 있는데,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확대 적용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거래 절벽이 길어질수록 서민들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심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너도나도 구매에 나서면, 불안해진 수요자가 추격 매수에 나서고 집값은 급등한다. 반면 하락 내지는 안정이 예상되면 수요자는 급할 게 없고 매도자는 가격을 내린다. 지금의 거래 절벽은 소강상태에 가깝다. 하락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잠시 멈춰 있을 뿐이다. 현 정부 들어 강력한 부동산대책 직후 거래가 끊겼다가 곧 집값이 폭등했던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서 본격적인 집값 안정세를 유도해야 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