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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은우]아파트 거래 절벽

입력 2021-12-18 03:00업데이트 2021-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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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가 뚝 끊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200건으로 전년 동월 6365건의 20%에도 못 미쳤다. 이달 들어서는 거래 신고 건수가 129건에 불과하다. 거래가 줄면서 집값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포 서대문 은평 등에서는 10월 실거래가격이 7개월 만에 떨어졌다.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은 반갑지만, 시장이 마비된 상태에서 가격 안정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추가적인 정책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래 감소의 직접 원인은 대출 규제로 보인다. 거래 절벽 현상은 주로 대출을 끼고 거래하는 강북권에서 시작돼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 곳에서 집이 팔리지 않으면 이사하려던 곳의 거래까지 중단되는 연쇄 작용이 발생한다. 집값이 본격적인 장기 하락기로 접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출 규제나 금리 양도세 대선 등 변수가 많아 ‘일단 기다리자’는 관망파들도 많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세제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등의 굵직굵직한 변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거래 감소는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금액대별 거래 비중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상반기 30.4%에서 23.3%로 감소한 반면,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거래 비중이 늘었다. 서민 아파트 거래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서민들은 빚을 내야 소형 아파트라도 살 수 있는데,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확대 적용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거래 절벽이 길어질수록 서민들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초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수요를 억눌러 집값을 잡아놓은 셈이다. 집값 안정세를 굳히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올해 서울에서 공급 예정이던 민간 아파트는 4만4722채인데, 실제 공급된 건 8533채에 그쳤다.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 탓에 공급이 연기된 것인데, 3∼4년 뒤 입주 물량도 줄어들게 됐다. 이래서는 집값이 안정되기 어렵다.

▷부동산은 심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너도나도 구매에 나서면, 불안해진 수요자가 추격 매수에 나서고 집값은 급등한다. 반면 하락 내지는 안정이 예상되면 수요자는 급할 게 없고 매도자는 가격을 내린다. 지금의 거래 절벽은 소강상태에 가깝다. 하락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잠시 멈춰 있을 뿐이다. 현 정부 들어 강력한 부동산대책 직후 거래가 끊겼다가 곧 집값이 폭등했던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서 본격적인 집값 안정세를 유도해야 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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