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심사하며 흥분… 수준 매우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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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운영위원 라이헤르트 서울대 피아노과 교수
첫 대회 때 우승… “당시 기억 뚜렷해
참가자들, 세계무대 연주 못지않아… 연습-정열-사회존중, 韓 천재 만들어”

아비람 라이헤르트 서울대 피아노과 교수는 “25년 전 한국은 내게 영예를 주었고 지금은 활동의 터전을 주고 있다. 나는 반(半)한국인”이라며 웃음 지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참가자들의 연주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1, 2차 예선과 준결선을 심사하는 동안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아비람 라이헤르트 서울대 피아노과 교수(50)는 올해 16회째를 맞은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임종필 전 한양대 교수, 유영욱 연세대 교수와 함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16, 17일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결선 경연을 갖고 다음 주 우승자를 비롯한 입상자를 발표한다.

이스라엘인인 라이헤르트는 25년 전인 1996년 12월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이름으로 열린 이 콩쿠르 첫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그는 “2009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뒤 줄곧 이 대회 운영에 참여하는 날을 기다려 왔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우승 당시 기억이 뚜렷합니다. 콩쿠르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은 개관한 지 오래되지 않아 반짝반짝 빛이 났죠.” 결선에 진출한 6명이 무대 위에 앉은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선 6위부터 수상자가 호명되었다. 두 명이 남고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 속에 그의 이름이 불리자 ‘아! 우승을 놓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 나가 상을 받고서야 ‘1위’라는 제목과 금빛 메달이 눈에 들어왔다.

한 세대가 지나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이번 콩쿠르에는 아쉬움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는 예정보다 1년 9개월(결선 기준) 미뤄졌다. 1차 예선에서 준결선까지는 참가자가 제출한 동영상을 파스칼 로제(스위스)를 비롯한 심사위원 11명이 자국에서 보고 심사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이 길이 최선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했죠. 결선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치른 유명 콩쿠르도 많았으니 오히려 운이 좋은 셈입니다.” 무대 위의 공포나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짚어낼 수 없지만 연주 수준은 세계 무대의 기성 연주자들 못지않다며 그는 혀를 내둘렀다.

2009년 서울대에 임용될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최고의 학생들을 찾아 서울에 왔다”고 말했었다. 기대는 충족되었을까.

“물론입니다. 한국이 최고의 음악가들을 배출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매일 부지런히 연습하는 정진의 문화가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정열적인 기질이 있습니다. 사회는 이런 예술적인 열의를 존중해 줍니다. 이 세 가지가 ‘패키지’로 한국의 음악 천재들을 만듭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연주는 장윤성 지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최종 결과는 각국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 취합을 거쳐 12월 21일 이후 발표된다. 입상자는 1위 5만 달러(약 5900만 원) 등 상금을 받는다. 결선 영상은 12월 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국제음악콩쿠르#라이헤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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