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 신상공개 올해만 8명 ‘최다’…7명이 여성-약자 등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4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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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4일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준(26·사진)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올해 신상을 공개한 강력범죄 피의자는 이석준을 포함해 총 8명이다. 2010년 신상공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7명은 여성 및 약자, 스토킹 대상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강력범죄 피의자 2~5명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이 공개됐다. 올해는 지난달 24일부터 약 3주 사이 김병찬(35), 권재찬(52), 이석준 등 3명의 신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신상공개 된 피의자가 8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2010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특정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제도 일관성 유지를 위해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및 신상 공개 지침’을 마련했다.

올해 공개된 8명 중 7명은 스토킹하던 상대방을 해쳤거나, 여성 또는 10대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이들이다. 4월 신상이 공개된 김태현(25)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 A 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2개월간 A 씨를 스토킹하고, 올 3월 A 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 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7월 제주에서는 옛 동거인과 관계가 악화되자 앙심을 품고 동거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성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김병찬은 B 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했다. 이석준도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13세인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석준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있고,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며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와 2차 피해 우려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근 스토킹이나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피의자 신상공개도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높아졌고, 그만큼 국민적 분노도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공개 여부 검토 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인지,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약자나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공분이 커지는 만큼 신상공개제도도 국민의 법감정에 일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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