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모두 잡을까’…文대통령 호주서 국익 방점둔 ‘줄타기’

  • 뉴스1
  • 입력 2021년 12월 13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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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청와대 제공)2021.11.1/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청와대 제공)2021.11.1/뉴스1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호주에 ‘적대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에는 ‘반중(反中) 노선’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우리 정부에 있어 미국은 강력한 동맹국이고 중국의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이웃 나라자 경제적으로도 꼭 필요한 나라로 꼽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정한 것은 현 정부의 외교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아슬아슬할 수 있지만 어느 한 나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 국익에 초점을 맞춰 ‘줄타기’를 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 대위원회의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가 없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외교안보 협의체) 등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 이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의 동참 가능성에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보이콧 불참을 선언한 나라로는 차기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도이고 대다수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 또한 고려해 신중한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 각료급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되,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를 참석시키는 ‘반쪽 보이콧’이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호주를 향해선 존중의 뜻을 내비치며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커스 문제 등은 호주가 주권국가로서 자주적으로 결정한 문제이고 한국은 그 결정은 존중한다”며 “또한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역내 갈등과 분쟁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역내 갈등과 평화를 위해서 한국은 호주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호주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 호주를 방문하고 한국산 무기까지 수출한 것은 중국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질문에도 “중국에 대한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호주 방문은 한국과 호주 간 핵심광물 공급망, 수소경제, 탄소중립 등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려는 ‘국익에 따른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호주와 중국과 간 갈등상황과 관계없이 오직 한국의 국익에 따른 호주와의 협력만이 국빈방문의 고려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이날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라는 기초 위에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뜻을 여러 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당하고 있는 호주에 한국이 어떻게 협력할지’를 묻는 질문에도 문 대통령은 “한국과 호주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매우 유사하다. 우선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와 안보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해 “분명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갈등하는 문제가 있고, 경쟁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후변화라든지 또 공급망 문제라든지 감염병 문제라든지 이런 글로벌한 과제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될 분야도 있다”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할) 한 가지가 더 있는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라고도 강조했다.

양안(兩岸)관계(중국-대만 간 관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양안 관계에 있어서 대화를 통해서 평화롭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에 적대 정책을 펴고 있는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이 ‘중국에 내정간섭을 한다’고 본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호주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함께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상태다.

(캔버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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