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든 정치인은 공과 병존…전두환 경제는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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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를 참배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2.11/뉴스1 © News1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구국용사 충혼비를 참배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2.11/뉴스1 © News1
“전두환도 공과(功過)가 병존한다. 삼저(三低)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을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섰다. 불과 지난달 23일 전 전 대통령 사망 당일 “내란 학살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하며 조문을 거부했던 것과 급격히 달라진 모습이다. 10일부터 3박 4일 간의 대구경북 지역 순회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의 성과를 거듭 강조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 외연 확장 시도나선 李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삼저호황(저유가 저달러 저금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반복돼선 안 될 중대범죄”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3일간 이어진 일정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박 전 대통령도 입에 올렸다. 10일 대구 동성로에서 박 전 대통령 시기 산업화의 성과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11일 경북 구미 금오공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선 인사말부터 “금오공대가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곳”이라며 “구미전자단지 또한 박 전 대통령 시대에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 연설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서 경제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진영 나눠서 네 편 무조건 나쁘고 내 편 무조건 옳고 할 게 아니라 잘한 부분 칭찬하고 잘못된 부분 책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12일 추풍령휴게소내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탑에 방문해 헌화를 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한 박 전 대통령의 성과를 재차 언급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작정한 듯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최근 스스로 ‘유능한 대통령’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예천군 재래시장에서도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인연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나라 경영을 맡겨 주면 누구보다 더 확실하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반대 진영에서도 배울 점은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민주당 후보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 “빨간색 찍었다 망하지 않았냐”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아들’이란 점도 부각시키며 공감대 확대에 나섰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봉화군 만산고택에서 모교인 안동 삼계초등학교 은사와 동창생들과 만나 “(대구경북 분들이) 여태까지 색깔이 똑같다고 빨간색이라 찍었다”며 “그런데 솔직히 TK 망했지 않느냐. (보수정당이) 무엇을 해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당신은 TK에서 태어났는데 (TK) 지지율이 (왜) 전국에서 제일 낮냐. 니네 고향 원래 그러냐’는 얘기를 며칠 동안 들었다”고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이어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에 머리를 두고 죽는다”며 “조금 전에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들르고 왔다. 저도 결국 그 옆에 묻힐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3박 4일 동안 대구경북 지역 15개 시·군을 돌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저인망식’ 접근을 통해 바닥 민심 공략에 주력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TK 지역 기반이 약하지만 이 후보가 TK 출신으로 직접 현장에서 소통하면 지지율 상승과 외연 확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7월 1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도 가장 먼저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 바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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