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세터’ 이윤정 “꾸벅 인사는 루틴…신인상 정말 욕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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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9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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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세터 이윤정(24)은 팬들 사이에서 ‘유교 세터’ 또는 ‘꾸벅좌’로 불린다. 서브를 때리기 전 심판을 향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윤정은 도로공사에서 복덩이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주전 세터로 출전한 2라운드부터 팀은 5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윤정은 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팀이 연승을 하고 있어 기쁘면서도, 부담감도 생긴다. 그래도 승리는 항상 기분이 좋다. 매 경기 이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윤정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실업 무대인 수원시청에서 뛰었던 그는 2021-22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배구 명문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를 나온 이윤정은 졸업 당시 2015-1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고, KOVO 규정에 따라 5년간 프로무대를 밟지 못했다. 프로 대신 실업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수원시청 당시 이윤정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수원시청 당시 이윤정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같이 활약했던 동기생 강소휘(GS칼텍스), 이한비(페퍼저축은행), 변지수(흥국생명) 등이 프로로 향했던 것과 달리 이윤정은 실업팀과 계약했고, 조금 늦게 프로로 향하게 됐다.

당시를 돌아본 그는 “처음에는 실업팀에서 만족했고 프로서 뛰는 친구들을 보면 응원을 많이 했다”며 “시간이 지나다보니 ‘나도 드래프트에 참가할 걸 그랬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늦게나마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이윤정은 친구인 변지수, 이예림(도로공사) 등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에 프로에서 자신의 배구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이윤정은 지난달 21일 KGC인삼공사전부터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이고은이 흔들리자 이윤정에게 기회가 갔는데, 그는 예상보다 안정된 볼 배급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국도로공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한국도로공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세터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팀 동료인 배유나는 “(이)윤정이는 정석대로 경기 운영을 잘 한다”며 “손에서 볼이 나가는 스피드도 좋고, 안정된 볼 배분이나 공격수들에 맞는 공을 주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한다”고 칭찬했다.

이윤정은 “팀에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공격수들이 좋은 공을 때릴 수 있도록 맞춰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니 언니들이 ‘네 스타일대로 편하게 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덕분에 내 스타일도 되찾았다. 다양한 선수를 활용하는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윤정은 지난달 24일 ‘천적’ GS칼텍스 상대 12연패를 끊었으며, 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안정된 볼 배분으로 상대의 13연승을 저지했다.

그렇게 이윤정은 도로공사의 초반 상승세를 이끄는 ‘복덩어리’가 됐다.

그는 “코트에서 막내지만 팀에서 중요한 세터기 때문에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잘 풀리지 않을수록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빨리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윤정은 팬들이 지어준 유교 세터란 별명에 멋쩍게 웃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루틴이 그러다 보니 의식하지 못했는데 영상을 보고 알았다”면서 “나도 그렇게 인사를 많이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별명이)감사한데 프로가 너무 고개를 숙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다보니 조금 의식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도로공사의 슈퍼루키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뉴스1
도로공사의 슈퍼루키 이윤정. (한국배구연맹 제공)© 뉴스1


실제 이윤정은 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의식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윤정은 V리그 최초로 중고신인상에 도전한다. 역대 프로배구에서 실업서 뛰다가 온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신인상에 대한 욕심이 많이 난다”고 다부지게 말한 뒤 “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평생 한 번밖에 못 받는 상이라 꼭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맡은 자리에서 모든 선수들을 빛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앞으로도 코트에서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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