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연이틀 7000명… 의료계 “록다운 수준 강력 조치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 급속 확산]방역당국 ‘특단조치’ 검토 왜?

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 한 명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원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현재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840명으로 하루 만에 66명이 늘었다. 뉴시스
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 한 명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원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현재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840명으로 하루 만에 66명이 늘었다.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증가세가 정부 예측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중환자 병실 포화에 따라 자택 대기 중 사망하는 경우가 늘면서 의료계에선 회복 가능한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달 말 하루 확진자 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서고 중환자가 1800명에 육박할 것이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오는 등 확산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위드 코로나 준비, 중환자 예측부터 틀렸다

8일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840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많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하루 확진자 수 7000명에 대비해 병상을 늘렸다. 당시 확진자 가운데 중환자가 되는 중증화 비율을 1.6%로 잡았다. 하지만 이 중증 악화 비율이 정부의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최근 중증화율이 2.0∼2.5% 수준에 이르며 중환자실 가동률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스스로 환자 수 예측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중환자가 수용 범위를 넘어 발생하자 의료계에선 ‘선별 입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 참석해 “말기 장기부전, 중증 외상, 말기 암, 심각한 뇌기능 장애, 예측 생존율 20% 이하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 코로나19 환자는 중환자실 배정의 후순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발표한 ‘감염병 거점병원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을 설명한 것이다.

정부도 “하루 확진자 1만 명까지는 중환자 병실을 늘릴 수 있지만 이보다 늘면 많은 ‘의료적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비(非)코로나 중환자가 사용하는 병상 수를 줄이거나 코로나19 입원 기준을 지금보다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달 말 ‘확진 1만2000명-위중증 1800명’


방역당국에 따르면 연이틀 7000명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방역 상황이 유지된다면 이달 말 하루 확진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달 31일 확진자 수가 1만2158명, 위중증 환자 수가 1767명에 이를 것으로 8일 예측했다. 이는 확진자 한 명이 추가 감염을 일으키는 사람 수인 감염재생산지수를 1.28로 설정해 예측한 결과다. 지난달 3일만 해도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12월 말 예상 확진자 수를 1117명, 위중증 환자 수를 349명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다는 뜻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예측엔 오미크론 변이 확산 변수가 빠져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 일일 확진자 2만 명 이상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가)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악화 상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월 20일 한국의 감염재생산지수는 0.84였으나 이달 1일 1.27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순위도 35위에서 7위로 올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미국(1.24)이나 이탈리아(1.23)보다 유행 상황이 더 나쁘다.

○ 남은 ‘비상계획’은 다중이용시설 제한


감염병 유행이 사그라들기 위해선 국민 이동량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좀처럼 의미 있게 줄지 않고 있다. 11월 첫 주(1∼7일) 2억5141만 건이던 전국의 이동량은 지난주(11월 29일∼12월 5일) 2억3379만 건으로 2000만 건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계속된 방역 위기감에도 이동 자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추가 접종(부스터샷) 역시 10월 시작됐지만 가장 먼저 시작한 60대 이상 접종률도 아직 22.0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특별방역대응계획 중 아직 시행하지 않는 것은 기존 거리 두기 때 적용하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정도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수도권 사적 모임 6명 제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수준의 확산세를 잠재우려면 오후 6시 이후 모든 다중이용시설을 닫는 등 ‘록다운’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확진자#특단조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