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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통역없이 ‘한국어 안내문’만… 외국인들 곳곳서 ‘SOS’

입력 2021-12-09 03:00업데이트 2021-1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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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오미크론’ 감염 확산속 선별진료소 안내 점검해보니…
외국인 밀집한 자치구 진료소도 ‘검사후 주의사항’ 한국어로만 배포
외국인들 “문진표 작성 너무 어렵고, 방역 정보도 정확히 전달받지 못해”
공동생활-단체활동하는 경우 많아… 방치땐 외국인 집단감염 재연 우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 전자문진표 작성법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외국인 방문자들은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로 병기돼 있지 않아 문진표 작성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0)는 최근 서울 구로구의 선별진료소 앞을 지나다 스페인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SOS’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김 씨에게 ‘사전 문진표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영어 설명이 없다. 진료소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는 “짧은 영어로 내용을 설명해주긴 했지만 안내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8일 서울 중구의 한 선별진료소에도 외국어가 병기된 안내문 등은 없었다. 진료소 방문자들이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에는 인후통과 오한, 미각 손실 등 한자 표현이 가득한 문항이 많았다. 외국인들이 밀집한 수도권의 한 자치구 선별진료소에서는 최근 외국인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음에도 격리 기간 등이 포함된 ‘검사 후 주의사항’ 안내문을 한국어로만 배포하고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외국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거리 두기 지침과 선별진료소 안내문 등에 외국어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8일 기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38명. 이 중 외국인이 약 68%(26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인 40대 부부가 다니는 교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연수구와 미추홀구 일대에서 중앙아시아계 오미크론 감염 의심 환자가 다수 발생하자 정부는 두 자치구에서 1, 2일가량 러시아어 통역과 현수막 등이 비치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별진료소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부실한 실정이다. 외국인들은 문진표에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방역당국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8월부터 한국에서 유학 중인 미국인 파티마 씨(23)는 “검사 후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문이 한국어로만 되어 있는데, 번역 앱을 활용해도 이해하기 어려워 온라인 홈페이지를 여러 번 읽고 다른 교환학생들에게 여러 번 내용을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온 안디 씨(25)도 “거리 두기 지침이 자주 달라지는 데다 모호한 경우가 많아 한국인 친구들에게 묻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적의 A 씨는 “선별진료소 검사가 무료라는 사실을 몰라 검사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외국인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외국인 코로나19 확진자는 6022명으로 전체 8만2522명의 7.3% 수준이다. 공동생활을 하거나 한 집단에서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남양주시 플라스틱 공장, 인천 연수구 중고차 수출단지와 인천 남동구 제조업체 등에서 외국인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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