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121분 우크라 담판’ 빈손… 전운만 더 짙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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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상회담… ‘공방’ 끝 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을 통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푸틴 대통령(왼쪽 화면)은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의 대통령관저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121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을 통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푸틴 대통령(왼쪽 화면)은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의 대통령관저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121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워싱턴=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으로 2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했지만 미-러 간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폐쇄 등 고강도 경제 제재와 함께 군사적 대응 카드까지 들이밀자 푸틴 대통령은 제재는 러시아에 새롭지 않다고 응수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戰雲)은 더 짙어지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 간 화상 회담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오전 10시 7분부터 낮 12시 8분까지 121분간 진행됐다.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대면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이 공개한 회담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나 반갑다”고 인사말을 던졌다.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 있는 대통령관저에서 화면 속 바이든 대통령을 마주한 푸틴 대통령도 함께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삿대질(finger wagging)은 없었다”고 했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양측 모두 회담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동안 쌓인 문제를 풀려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와 함께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막지 못했던 2014년과 어떻게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눈을 보고 말한 것처럼 얘기하자면, 우리는 2014년에 하지 않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14년 당시 러시아를 겨냥해 취한 농축수산식품 금수 조치를 넘어서는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군사적 조치와 관련해 “문제는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군사를 보내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더욱 결단력 있는 방식으로 추가 자원을 투입하냐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나토 동맹국에 미군 증원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 측근에 대한 국제금융망(SWIFT) 퇴출 등 금융 제재에 더해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도 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1200km의 가스관으로 러시아는 이를 통해 연간 550억 m³의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노르트스트림2는 서방의 지렛대”라며 “이는 말뿐인 협박(idle threats)이 아니다”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의 군사력 증강이 문제”라며 “나토가 러시아 국경 쪽으로 추가 확장하거나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법적인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은 러시아 쪽을 향해 동진하려는 나토군의 확장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금융, 정치적 후과가 따를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도 “제재는 러시아에 새롭지 않다”고 일축했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미-러 정상 간 담판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제든 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통화하고 회담 결과를 전했다. 9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바이든#푸틴#121분 우크라 담판#화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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