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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한바탕 살고 가는 것… 친구여, 슬퍼말게나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입력 2021-12-09 03:00업데이트 2021-1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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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29〉나의 첫 번째 장례식
영화 ‘나의 첫 번째 장례식’에서 윌은 붉은 터번을 쓰고 인도인 비제이로 위장해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판다미디어 제공
삼 가르바르스키 감독의 영화 ‘나의 첫 번째 장례식’(2013년)에서 주인공 윌은 생일날 자신에 대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무심함에 실망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죽은 것으로 오인되자, 윌은 인도인 비제이로 위장해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도연명(陶淵明·365?∼427)도 자신의 장례에 문상 간 것처럼 스스로를 애도하는 만시를 읊었던 적이 있다.




위진남북조 시기 문인들은 장례 때 불리던 만가를 본떠 만가시(挽歌詩)를 썼다. 만가시는 특정인이 아니라 모두의 죽음을 다뤘고, 때로 망자의 말을 삽입하기도 했다. 도연명은 이를 이어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만시(自挽詩)를 완성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예행연습하듯 세 수로 이루어진 시는 죽음-입관-상례-운구-매장-매장 이후를 차례로 읊는다.

영화 속 윌은 호기심에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오열하는 아내와 딸, 주변 사람들을 보며 차츰 침통해진다. 시인도 죽음에 대한 달관으로 시를 시작했지만 삶과 죽음의 황망한 격차를 느끼며 자신을 찾아 우는 아이와 통곡하는 벗들을 떠올린다. 자신의 죽음 앞에 누군들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풀어낸다. 윌은 자신의 장례식에서 엉겁결에 추도사를 하게 된다. 인도식 억양으로 위대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현재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인형 탈바가지를 쓰고 있는 처지를 한탄한다. 시인도 죽음 앞에 모든 성취와 영예가 무의미함을 이야기하면서도 넌지시 생전의 아쉬움을 드러낸다. 충분히 술 마시지 못한 것만 한스럽다는 말은 삶과 죽음을 달관한 유머이기도 하지만, 시인 스스로 거리를 둔 세상의 문제 역시 시사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도 담고 있다.

죽음은 두렵지만 피할 수는 없다. 나의 첫 번째(?) 장례식을 상상하며 오늘 내 삶의 소중함을 확인해본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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