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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예산 처리 4일 만에 “추경” “100조” 퍼주기 경쟁 나선 與野

입력 2021-12-09 00:00업데이트 2021-12-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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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강조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를 위해 대선 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그제 밝혔다. 사상 최대인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킨 지 불과 4일 만에 민망하지도 않은지 추경 얘기를 꺼냈다. 국민의힘 측에선 윤석열 후보의 ‘자영업자·소상공인 50조 지원’ 공약을 갑절로 키우자는 무책임한 주장이 나왔다. 또 정치 논리를 앞세워 시장경제의 원리를 훼손하려는 발언들까지 등장했다.

이 후보가 “정부 (소상공인 지원) 지출이 쥐꼬리다.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그제 “추경 논의를 시작하자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윤 후보가 50조 원 투입을 공약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100조 원 정도 마련해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진심이라면 환영”이라고 반응했다. 국가 정책이 포커 판이라도 되는 양 여야가 ‘받고 더블로’ 식으로 대선 선심 공약의 판을 키운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서울대 강연에서 “경제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치”라고 했다. 나랏빚을 늘려서라도 전 국민에게 ‘기본대출’을 해주자며 한 말인데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정책도 정치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시장경제에 대한 과도한 폄훼가 아닐 수 없다.

100조 원은 5000만 국민에게 1인당 200만 원씩 세금을 거둬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여야가 자신들의 호주머니 속 돈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거론하는 건 납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이미 한국의 가파른 나랏빚 증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여야가 돈 풀기 경쟁에 나선다면 차기 정부 임기 중에라도 재정 악화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특히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형성하는 기본 원칙, 상식마저 도외시한 여야의 발언들은 한국 정치권이 포퓰리즘과 반시장적 이념에 얼마나 깊이 물들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통해 잘못된 주장과 정책을 걸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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