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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김승련]대통령이 되는 손쉬운 방법

입력 2021-12-08 03:00업데이트 2021-12-0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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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날 치르는 국회의원 5곳 선거
보수 인재의 상 바꾸는 공천해야
김승련 채널A 취재윤리·멘토링 에디터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한 후 그가 이따금 던졌다는 질문이 회자됐다. “네가 하는 일, 그 업(業)의 본질은 무엇이더냐.”

기자로서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이 질문에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뭐라고 답할까. 두 후보는 오늘도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돕고 저렇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꼭 필요한 대통령의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인 양 들린다는 게 문제다.

두 후보는 새 시대에 맞는 정치인·공직자의 상(像)을 찾고, 제시하는 것을 업의 일부로 여겼으면 좋겠다. “이런 인재들과 국정을 함께 하겠다”는 비전을 들을 권리가 유권자에겐 있다. 그 말을 듣고 부모들이 “내 아이도 저렇게 커갔으면 좋겠다”고 반응한다면 대선 승리에 한발 다가설 것이다.

현란한 말로는 안 된다. 용인술을 검증받아야 한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10년 넘게 인사를 해 본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검찰총장 때 비로소 인사권을 가져봤다. 그의 솜씨가 궁금했는데, 선대위 구성 때 기회가 왔다.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좋은 인물 영입을 위한 치열함이 없었다. 김성태 사태는 바깥 인물에게 양보할 뜻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

기회가 더 있기는 하다. 이번 대선은 대선 당일에 국회의원 5명 재·보궐선거도 치른다. 대선 후보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책임지는 드문 사례다. 윤 후보는 서울 종로, 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대구 중-남 등 다섯 곳에 누구를 공천할까. 초기 선대위처럼 지명도 높은 기성 정치인, 측근을 배치할까. 김종인 이준석과 3인 정립(鼎立) 구도라며 공천권을 공동 행사할까.

연말쯤 윤 후보는 보수당 공천의 법칙을 깨주길 바란다. 보수정당에선 오랜 시간 ‘스펙 좋은 것이 인재’라는 생각이 압도했다. 보수정치는 기성 질서의 권위를 존중하는 곳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좋은 대학 나오고, 판검사 지내고 미국서 박사 딴 것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한다. (국민의힘 경선 때 최종 후보 8명이 모두 위 기준에 부합했다.) 오죽하면 “선대위가 온통 판사 검사 출신들”이란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반론을 펴지 못할까.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이 법조인 일색인 걸 상상할 수 없다. 고급 스펙이 즐비한 정당을 보고 보통 사람들이 ‘내 어려움에 공감해 줄 것’이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까.

지난 10년 총선 때마다 국민의힘 공천은 소수가 흔들었다. 2012, 2016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편안한 사람들’을 발탁했다가 탄핵을 맞았다. 2020년엔 황교안 김형오 두 사람이 참패를 불러왔다. 올여름 국민의힘 경선 컷오프에 도전한 11명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국회에 입성한 인물은 하태경 의원이 유일했다. 이건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발탁되지 못했다는 뜻 아닌가.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의 폐해는 오늘 선거도 망치지만 내일 정치에도 후과를 만든다.

좋은 스펙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 후보자가 좋은 학력과 경력에 더해 내 조직을 위한 ‘건강한 물의(物議)’를 일으킨 경험이 있다면 어떨까. 내부 승진보다 대의를 중시했던 인물이라면 다음 공천을 따내기 위한 몸조심 문화를 줄일 수 있다. 또 엘리트의 길을 걸었지만 ‘정책 겹눈’을 갖춘 인물을 더 찾아내란 주문이기도 하다. 효율을 중시하는 전문가의 눈뿐만 아니라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따뜻한 겹눈 말이다.

5곳 공천은 양날의 칼이다. 대선을 이기는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고, ‘정치 신인’의 옛날 정치라는 부메랑일 수 있다.

김승련 채널A 취재윤리·멘토링 에디터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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