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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김선미]올해도 찾아온 김달봉 씨

입력 2021-12-08 03:00업데이트 2021-12-0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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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봉 씨가 올해에도 찾아왔다. 사실 김달봉이란 그의 이름은 실명인지 가명인지 알 수가 없다. 2016년부터 이 이름으로 전북 부안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러 오는 남성이 “김달봉 씨의 대리인”이라며 돈다발을 놓고 갈 뿐이다. 3일에도 찾아온 그는 종이 쇼핑백에 1억2000만 원의 성금을 넣어 왔다.

▷김달봉 씨는 대리인을 통해 2016년 5000만 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억2000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스크 20만 장(5800만 원어치)도 기부했다. 김달봉 씨의 기부와는 별개로 부안군청에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누적돼 온 익명의 기부가 2억3000만 원에 이른다. 부안군 측은 “이전까지 익명의 기부가 없었기 때문에 이 기부도 김달봉 씨가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것까지 합하면 그의 기부액은 지금까지 6억9800만 원”이라고 했다.

▷김달봉 씨는 왜 기부를 하는 걸까. 2016년 모금회에 처음 기부할 때의 당부는 “저소득 아이들을 위해 돈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올해 1월 1억2000만 원을 기부할 때에는 “다문화가정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 결과 올해 전북 전주와 완주의 다문화가정 100곳이 매달 10만 원씩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다. ‘김달봉 다문화 장학금’인 셈이다.

▷그동안 대리인을 통해 부안군에 기부하던 김달봉 씨는 올해 1월에는 모금회 사무실에 직접 나타났다. 2016년 5000만 원에 이은 두 번째 기부액이 1억2000만 원이라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조건이 됐다. 모금회 측이 가입을 안내하자 그는 관련 서류를 작성했지만 주소와 연락처를 적지 않았다. 서명란에도 김달봉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그러니 회원 대상의 안내를 보낼 수가 없다. 그가 “내년에 뵐게요”라고 했기 때문에 다음 방문을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그가 김달봉 씨인지, 평소 찾아오던 그의 대리인인지 알 수가 없다. 모금회 직원 중 둘 다를 만나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김달봉 씨가 과연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이다. 2016년 인천의 구청 3곳에 각각 5000만 원을 놓고 사라졌던 기부자의 이름도 김달봉이었다. 구호단체들에도 정체를 숨긴 김달봉이란 이름의 후원이 잇따른다.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익명의 기부는 타인의 인정에 굶주린 우리 사회를 성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제 돈 아닌 돈으로 생색내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김달봉 씨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버틸 수 있는 기부의 힘을 알려준다. 그가 누구든,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참 감사하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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